매일신문

목사지망생 정용근씨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정규 미술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40대 후반의 무명 화가가 올해 대한민국 미술대전(구상계열)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아 국내 화단을 감짝 놀라게 했다.

4일 발표된 제19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수채화 '여정(旅情)'으로 대상을 거머쥔 정용근(鄭容根.48.부산시 서구 동대신동)씨의 독특한 이력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부산 동대신동에서 '예길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씨는 원래 목사지망생. 부산 대동고를 졸업,삼익엔지니어링 설계계획실에 근무하면서 방송대 국문학과를 3학년까지 다니다 41세때 목사가 되기 위해 부산 장로회 신학교에 입학,목회학을 공부했다. 졸업후 미국 훼이스신학교에 들어가 학부과정으로 기독미술을 공부한 것이 정씨가 받은 공식적인 미술교육의 처음이자 전부.

화가의 경력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작품을 심사했던 위원들은 수상작 결정뒤 작가가 신학교에서 '기독미술'이라는 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것.

수상작 '여정'은 흰색 벽을 배경으로 나무의자에 걸터앉은 두 원로화가의 모습을 통해 한 시대를 어렵게 살아온 전업작가들의 예술혼과 인생의 진지함을 담아낸 수채화 . 심사위원들은 "내용면에서 참신성은 떨어지나 수채화를 그리는 기법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평가,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큰 상을 받게 돼 얼떨떨하고 젊은 작가들한테 미안하기도 하지만, 거친 광야를 걸어가다 한 잔의 시원한 생수를 마신 느낌입니다"

수상의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한 정씨는 지난 85년 한국 수채화 공모전에 특선했으며, 부산기독미술협회 서양화분과위원장, 부산수채화협회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중이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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