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새벽에 비가 제법 오는데도 아이들과 함께 강원도 인제군으로 달려갔다. 대학원 학생 및 그 가족들이 함께하는 수련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수련회 일정은 4박5일이지만 온 가족까지 '색다른' 학습을 하기에 결코 긴 시간은 아니다.
인제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저 유명한 내린천의 급류타기(래프팅)를 해보기로 했다. 급류타기에 '선발된' 선수들은 모두 13명이었다. 고사리라는 마을에서 우리는 헬멧을 쓰고 재킷을 입고 데들(노)을 들고 또다시 6, 7㎞를 올라갔다. 거기서부터 한시간 반동안 고무보트를 타고 급류를 타는 것이다.
우리는 6명조와 7명조로 나뉘었다. 각 보트마다 두명씩 안내원이 탔다. 기본교육을 마치고 드디어 물에 들어갔다. 옷이 물에 젖을까봐 주저하는 우리에게 안내원은 "아예 적시고 들어가자"고 했다. 맞았다. 가슴팍까지 강물속에 몸을 담그니 한편으로 시원한 느낌이 오고 다른 한편으로 두려움이 가셨다. 그래도 혹시 배가 뒤집히지나 않나, 물에 빠져 떠내려가는 건 아닌지, 암초에 배가 걸려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솟았다. 얼굴이 검게 탄 안내원은 우릴 잘 지도했다. 그는 우리더러 "절대 복종"하라고 타일렀다.
드디어 두대의 보트가 출발했다. 물론 다른 보트들도 많았다. 우리 조는 7명에다 2명의 안내원이 탔다. 일제히 앞으로도 뒤로도 저어보고, 왼편은 뒤로 오른편 선수는 앞으로 저어 회전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첫째로 팀워크의 위력을 새삼 체험했다. 강물이 아무리 세게 흘러도 조원들이 호흡을 맞춰 힘을 합친다면 강물에 순응하면서도 좌우 이동을 비교적 자유로이 할수 있다는 것이다. 안내원도 자기가 아무리 고함치고 재주껏 해도 일반 '선수들'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배가 뒤집히고 만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로 깨달은 것은 허연 거품이 이는 강한 급류나 홀을 지나갈때였다. 홀이란 강물의 소용돌이 작용으로 인해 일종의 구멍이 생기는 곳이다. 그 속에 빠지면 큰일난다고 했다. 안내원은 그러나 "절대 피하려 하지 마라"고 했다.
물살이 드센 급류에선 바위에 부딪힌 강물이 파도를 일으키며 순간적으로 역류하는 '무서운' 현상도 있었다. 강한 급류와 강물의 역류, 그리고 홀같은 것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하면 '반드시 배가 뒤집힌다'고 했다. 우리는 속으로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젖은 몸'이었다. 앞서 가는 다른조가 파도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며 야릇한 쾌감과 함께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우린 안내원의 말대로 강한 파도와 역류, 그리고 홀을 거쳐야 하는 지점에서는 '배가 수직으로 섰다가 뒤집혀'지지 않도록 하기위해 '야-'하고 소리를 지르며 강물을 '즐겁게 맞으면서' 힘차게 앞으로 저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급류를 한굽이 넘기고 역류를 한 두굽이 넘기면서 '우리도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두려움이 싹 가시는 것이었다. 그렇다! 강물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부딪혀 보는 것, 그렇게 하니 우리는 파도와 역류, 또 그 무서운 홀조차 거뜬히 넘을 수 있었다. 요컨대 우리는 '강물을 타면서 강물을 넘었다' 제대로 넘어가려면 제대로 타야 하는 것이다. 강물의 무서움은 객관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 이번 체험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이다. 그래서 드디어 '자신감'까지 생겨났다. 이제는 "저 정도 물결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라든지 "한번 더 올라 갑시다"며 여유를 부릴 정도였다.
생각컨대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타면서 넘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노사문제, 교육문제, 의약분업문제, 통일문제, 환경문제, 인간관계 이런 문제들을 풀려면 우선 자신의 마음, 귀, 눈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되고 교감이 된다. 비로소 문제가 문제로 인정.인지된다. 드디어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온다. 시행착오가 있어도 좋다. 열린 학습을 할 수만 있으면 된다.
반대로 우리는 마음, 눈, 귀를 닫고 문제를 문제로 '인정'하기를 두려워 하지는 않은지 자문해야 한다. 그래서 항상 원래의 문제 해결은 그대로 둔채 '임기응변'과 '편법'의 기술만 축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급류는 함께 '타고 가면서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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