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임팔암(동인건축사무소 소장)

옛날엔 혼례식을 올릴 때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축하해주며 하루종일 떠들썩하게 먹고 마시고 그야말로 잔치를 벌였다. 하객이 많다보니 음식도 한꺼번에 많이 준비해야했다. 한 집에서 그 많은 음식을 준비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이웃집들과 상호부조를 했다. 밥 한 솥, 묵 한 솥, 감주 한 독, 떡 한 말…. 이렇게 서로 도와주고 도움받는 것이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결혼식이 많은 주말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 복잡한 교통지옥을 헤집고 다니며 주차 때문에 몇 바퀴 뱅뱅 돌다보면 짜증이 절로 난다. 축하해주어야 할 잔칫날에 짜증이 나서야 되겠는가. 간신히 예식장에 들어가 혼주와 눈도장 찍고, 봉투 하나 건네고,예식도 시작하기전 서둘러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더욱 우스운 것은 식권 대신 몇 천원이 든 봉투를 주는 경우도 있다. 모든 것이 귀찮으니 요기를 하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는 건가. 잔치집에 가면 모처럼 만난 이들과 안부도 나누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입이라도 다시고 오는 것이 우리 풍습인데 참 각박한 인심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적지 않다.

또 그 많은 손님을 청해 부조를 받았으니 그것을 갚기 위해 몇 년동안 예식장 다니느라 주말을 모두 허비해야만 한다.

그래서 의식있는 사람들 중에는 혼수비용도 줄이고 청첩장 수도 줄이자는 소리가 나온다. 모든 체면 차리지 말고 형편대로 기본 살림살이만 준비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예물도 기념반지 하나씩만 하고 옷가지도 한 두벌로 만족해 하자. 그래도 여유가 있으면 약간의 지참금을 주어 낭비를 막자. 청첩장도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 예식이 끝날 때까지 남아줄 사람들만 초대하자.

황금같은 주말에, 사돈의 팔촌도 넘는 사람들을 자기 자녀들의 결혼식에 초대해 남의 귀한 시간을 마구 뺏는 실례를 하지말자. '가장 현명한 사람은 허송세월을 슬퍼한다'는 단테의 말을 한번쯤 생각해보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