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캄보디아 지금은...-깨어 나는 관광자원(하)

"캄보디아의 첫인상이 어떻습니까?"국립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관리를 전공하는 롱 나랫(24)이 불쑥 정색을 하고 물었다. 경산대 한방의료 봉사 현장이던 프놈펜의 쯔바엄뽀우 병원에서였다.

외국인들이 흔히 그렇듯 당혹스러웠다. 뭐라 얘기해야 할까? 그러다 기자 역시 불쑥 내뱉은 말이 "아직은 잠자고 있는 나라 같다"였다. 이 말에 그는 실망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외자 유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빌딩 신축이나 공장 설립 같은 발전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조국애가 대단해 보이는 롱 나랫의 아버지는 폴 포트의 주치의였다가 1982년 태국과 국경지역 마떠봉에서 실종됐다고 했다. 한국인 선교사 홍철원(46)씨의 교회에 다니는 그는 목사가 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이고, 작년에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도 희망은 있어 보였다. 육성 대상 1순위에 올라있는 관광 산업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특히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가장 잘 발달돼 있고 또 가장 활발한 사업 분야도 관광이었다. 올해부터 아세안 국가들과의 자유 방문 허용으로 앙코르와트 관광 주가는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앙코르와트 관광의 전진 기지인 시엠립은 평화로운 시골도시 같았다. 공항에서 들어가는 길목에는 금방 개업한 것처럼 보이는 호텔들이 늘어서 있었다. 캄보디아 제1의 관광 도시여서일까? 호텔과 식당들도 프놈펜 보다 깨끗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이곳 같은 이름의 호수와 연결돼 있는 메콩강 지류 '톤레 삽' 강도 알아주는 명소였다. 건기와 우기(5∼10월) 때에 물 흐르는 방향이 달라지는 것. 우기에는 범람한 메콩 강물이 호수로 밀려 들어가 호수 면적이 3배나 커진다고 했다. 반면 건기가 시작되는 11월이 되면 수량이 주는 메콩강으로 거꾸로 물이 빠져 나간다.

프놈펜에서 시엠립까지는 이 강을 따라 뱃길이 연결돼 있었다. 4∼5시간 걸리지만 요금이 편도 20달러. 비행기에 비해 많이 싼 편이다. 엄청난 규모의 호수와 습지대를 구경하는 즐거움을 맛보여 주는 쾌속선 여행도 관광 자원이었다.

그러나 '관광 캄보디아'에도 걸림돌이 있어 보였다. 이렇다 할 토산품이 없는 것도 그 중 하나. 배낭 여행객들에게 숙식과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홈스테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교포 권형근(42)씨도 이를 주목했다."시장이나 관광객 대상 상점에 있는 것이라고 해도 바이욘사원의 얼굴 형상 나무 조각품이나 부조 탁본 정도가 고작입니다. 한국 관광객들에게 소개해 줄만한 특산품이 없지요".

여행자들에게 손 벌리는 아이들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앙코르톰 앞에 버스가 멈추자 우루루 한떼의 아이들이 몰려 들었다. 손에는 안내 책자에서부터 피리, 작은 북 등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리고는 "원 달러!""파이브 달러!"라고 외쳤다. 안내책자 값이 5달러에서 시작해 점차 2달러까지 떨어지는 것도 특징. 중국 계림에서 볼 수 있는 바로 그 장면이었다.

타프롬 사원 입구에서는 어른이 두드리는 전통악기 소리에 맞춰 아이들이 지폐를 들고 민속춤을 추고 있었다. 네살이나 채 됐을까 싶은 아이까지 있었다. 신발 조차 사치품이라는 뜻인 듯, 모두가 맨발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는 점이었다. 춤도 시켜서 억지로 하는게 아니라 즐기듯 진지하게 췄다. 시엠립의 극장식 식당 '앙코르 빌리지'에선 현지 민속춤 압사라 댄스를 볼 수 있었다. 저녁식사 포함 1인당 25달러. 그곳 군인 한달 월급과 맞먹는 거액이다. 둘러보니 손님은 전부 외국인이었다.

앙코르와트의 정교한 석조 건축물과 민속춤 압사라 댄스를 보고 나니 캄보디아를 다시 생각케 됐다. 사람들의 문화적 자부심도 대단했다. 더 이상 분쟁과 전쟁의 땅이 아닌 것도 알게 됐다.

시엠립에서 朴云錫기자 multicult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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