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영화 등 대중매체가 만들어내는 대중문화 코드에 쉽게 길들여지는 오늘날의 세태에서 '철학'은 생리적으로 고개를 가로젓게 만드는 말이다. 그러나 한가한 시대 똑똑한 사람들이 뼈대를 만들었고 지금은 소수의 학자들과 학생들이 움켜쥐고 있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학문을 철학이라고 여길때 삶은 중심없는 사고속에서 덧없이 흘러갈지도 모른다.
'철학의 모험'(이진경 지음, 푸른 숲 펴냄, 400쪽, 1만2천원)은 인간과 우주를 사유한 근대철학과 근대철학의 바탕위에 태동한 현대철학의 면모를 살피는 한편 이름난 철학자들의 사고의 근원을 찾는다. 여기까지라면 철학 일반론에 불과하지만 근대철학과 철학자들의 사고에 대한 의심, 사고하는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철학에 대한 이해와 함께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질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륙의 이성주의, 영국의 경험주의, 독일의 관념론, 현대 철학의 태동을 담은 이 책은 쉬운 문체와 색다른 내용으로 철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1부에서는 장자와 데카르트, 스피노자, 사르트르가 염라국에서 만나는 것으로 설정, 장자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근대철학의 주제를 놓고 논쟁하는가 하면, 2부에서는 이솝이 영국의 경험주의자들과 만나 공세적 인터뷰와 토론을 벌인다. 3부에서는 칸트의 제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칸트, 헤겔, 마르크스 등의 철학자들을 만나 의견을 구하며, 4부에서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현대 철학의 출발점이 된 주제들을 토론한다.
대학 재학중인 지난 87년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써내 주목받은 바 있는 저자는 철학이 외면받는 현실을 상당히 안타까와하는 듯 하며 열린 마음으로 철학을 받아들일 경우 흥미도 있고 유익하다는 점을 은연중 강조하고 있다. 가령,'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한 데카르트에 대해 암기식 이해로 그치지 말고 데카르트가 수학이나 논리학의 기본 원리까지 부정하는 등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한 끝에 의심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사실을 말한 뒤 '나'(주체)를 철학의 중심으로 삼고 주체의 존재, 인식, 윤리에 대해 어떻게 사유했다는 정도로 이해했으면 하고 바란다. 더 중요한 것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생각에도 의문을 가져보고 이 책 내용 자체에도 의문을 품어 독자 스스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사고하는 훈련'은 철학이 주는 가장 좋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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