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데스크-안동호와 보문호

안동에는 안동호가 있고 경주에는 보문호가 있다. 물론 호수의 기능이 같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러나 호수를 둘러 싼 두 도시의 오늘의 모습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왜 그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두 도시가 지니고 있는 역사와 전통은 우리 모두 아끼고 자랑할 만한 것들 뿐이다. 경주가 신라 천년의 고도라면 안동은 문향과 유교문화권의 중심지로 꼽힌다. 더욱이 경주는 불교권이 압도적이지만 안동에도 불교문화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버젓히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다 두 도시의 수두룩한 문화재들은 그야말로 어느것 하나 소중하고 귀중하지 않는것이 없다. 문화재의 숫자도 엎치락 뒤치락 할 만큼 만만찮은 숫자다. 숫자가 그리 중요한것은 아니지만 우스개로 문화재가 안동이 많으냐 경주가 많으냐 물으면 십중팔구는 경주라고 답한다. 웬만한 백과사전도 경주는 그 소개에 무려 20여 페이지를 할애하나 안동은 잘해야 고작 4, 5페이지 안팎이다. 호수는 분명 안동호가 엄청 큰데도 말이다.

◈안동 사람들 발길로 북적

경주는 워낙 오래전부터 주목 받아와 이런 이야기를 해도 시시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다. 안동은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지금 하회마을과 봉정사 그리고 도산서원에는 연일 사람들이 밀리고 있다. 겨우 요 몇년 사이의 일이다. 요즘 어떤 날에는 너무 밀려 간혹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주차 할 곳이 마땅찮아 모처럼 안동을 찾은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잦기도 한다. 그러나 어쩐지 그런 잦은 소리가 꼭 밉게만 들리지 않는다. 아마 그동안의 소외된것에 대한 반사작용이 역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건 그렇다치고 지금 두 도시는 끓고 있다. 경주는 격년제의 세계문화엑스포가 내달 1일부터 열린다. 안동 또한 제법 자리를 굳히고 있는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역시 내달 29일부터 올해로 벌써 4회째 열린다. 시기도 두 도시가 마치 연계한듯 엇비슷하다. 그렇지만 규모 면에서는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타이틀에서 세계문화라는 것과 국제 탈춤이라는 한계성이 어쩔수 없다손 치더라도 명색이 세계나 국제라는 이름이라면 어떻게 이런 차이를 보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요원한 북부권 개발

차이는 쉽게 말하면 정책당국의 배려로 해석이 가능하다. 최상은 솔직히 당국의 지원을 받지 않고 모든 일들을 지역민들이 해결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그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겨우 북부권 개발이라는 이름들이 오르내리지만 그러나 아직은 그 실현이 요원한 실정이다.

안동호만 해도 그렇다. 지난 76년 건설돼 당시에는 굉장한 관광붐을 일으킬듯 했으나 워낙 후속 개발이 없어 지금은 경주의 보문호에 비하면 싸늘할 정도다. 보문호를 둘러싼 보문단지 개발은 지난 74년에야 착수해 1단계를 79년에 마무리 해 문을 열었다. 그렇지만 그해에 벌써 보문단지를 찾은 관광객 숫자는 100만을 넘었다. 엄청난 붐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도 6만에 달했다. 그 후 보문단지는 매년 30% 이상의 놀라운 관광객 증가율을 보였으며 지금도 빼놓을 수 없는 경주를 둘러 보는 코스중 하나다.

그러나 안동호 주변은 지금 삭막하기 그지없다. 한 때 버스엔진을 장착해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던 백조호가 하루 몇차례 호수위를 오락가락 할 뿐 썰렁하다. 수많은 문화재 자리를 수장시킨 뒤끝은 이렇듯 맹물만 가득 채워 놓은채 그저 배스 낚시대회나 열 정도다. 이제와서 개발 운운하며 민자를 유치한다고 야단이지만 글쎄 얼마나 유치가 될지는 아무도 장담을 못한다.

어떤 이는 안동호를 맹물단지로 비유한다. 이에반해 경주의 보문호를 약수단지로 일컫는다. 같은 물독이라도 그 속에 맹물을 가득 채우느냐 약수를 가득 채우느냐 하는것은 바로 지역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동안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의 북부지역은 개발에 엄청 소외돼 왔다. 뒤늦게 북부권 개발이라는 이야기들이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들려 오지만 벌써 몇해 째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맹물단지와 약수단지

그러나 요즘 안동에는 아주 귀중한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다. 자그마한 배낭 하나 어께에 걸머 메고 열심히 살펴 메모하고 선조들의 자취를 익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하회마을 양진당은 물론, 목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핀 병산서원의 만대루에 앉아 기품을 기르는 모습에서 우리는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절간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다는 봉정사 극락전을 찾아 유려한 배흘림 기둥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응시하는 눈길 그것이 바로 안동을 응시하는 눈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안동호는 오늘도 맹물로 찰랑거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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