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약령시도 문화벤처화

조선 후기(효종 9년)에 개시된 대구 약령시는 34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 유일의 한약재 전문시장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발흥, 오래도록 큰 시장으로 번창했지만 온갖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당초에는 경상감영 서편 객사 주변에서 전개됐으나 규모가 커져 1907년 현재의 자리(남성로와 동성로 일부)로 옮겨졌다. 한때 일제의 감시로 활동이 제약되고 1914년 발동한 '조선시장규칙'에 의한 규제로 크게 위축된 적도 있다.

그러나 대구의 유력한 한약종상 양익순이 주동이 돼 1923년에는 약령시진흥동맹회가 조직, 일대 부흥운동이 일어나 도약의 계기를 찾았다. 그 뒤 국내는 물론 일본.중국.몽골.동남아.중동.서유럽 각국.각처에서 모여든 사람과 재화.용역에 의해 지역경제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같은 열풍은 약령시 자체 뿐 아니라 직.간접으로 관련된 분야도 크게 자극해 지역경제를 발전시켰다.

이런 전통을 가진 대구 약령시는 1949년까지 가을에 열리는 추령시가 개시되기도 했으나 유습에 불과했고, 6.25를 계기로 상설 약종상으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1978년부터 부활운동이 일어나 매년 10월 달구벌축제의 일환으로 약령시가 개설되고 있지만 특성있는 관광자원으로 개발되지 못한 채 쇠퇴일로를 걸어 왔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대구 약령시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명소로 거듭나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반갑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약령시축제'가 문화관광부로부터 2001년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데 힘입어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약령시 일대를 '한의약 문화벤처 단지'로 개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를 위해 우선 4억원의 예산을 확보, 이달 중 설계에 들어가 오는 10월쯤 공사를 착공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약전골목 800m 가운데 450m 구간을 '한방테마거리'로 지정하고 일방통행로로 바꾸며, 약초동산을 상설화하게 된다. 또 2005년까지 지상 3층, 연건평 1천평 규모의 '약령시박물관'을 개관하고, 공영주차장과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며, 이 일대의 건물과 약전상 복장을 조선시대풍으로 바꿀 계획이다. 대구 약령시의 옛 명성 회복을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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