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각후 현대의 진로

정부 경제팀이 새로 짜여지면서 현대의 자구계획이 어떤 알맹이를 담아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는 진념 재경부 장관을 필두로 하는 새 경제팀에 내심 기대를 거는 표정이지만 정부나 채권단의 압박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채권은행이 자구계획 제출시한을 19일까지로 못박음에 따라 한숨 돌리는 표정도 엿보이지만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새 경제팀 시각=진 장관은 이날 "채권단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다소 거리를 둔 뒤 "정부가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것은 원칙 없이 세세한 부분까지 시장에 개입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심하게 얘기하면 기존 정책중 일부가 너무 '오버'했다는 소리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 내부에서는 일부 고무된 표정과 함께 문제의 경영진 퇴진 문제 만큼은 정부가 양보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새어 나오고 있다. 문제의 경영진 퇴진이 결국 세세한 부분에 해당되지 않느냐는 해석인 셈이다.

진 장관은 그러나 "현대는 채권단 요구를 수용하고 시장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 현대를 긴장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번 경제팀의 정책기조와 하나도 바뀐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는 경제팀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골몰하고 있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대를 다루는 방법론에서 변화가 올 것"이라며 "보다 기술적이고 간접적인 압박이 가해질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실제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신(家臣) 문제도 법적 해결을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 자구계획은 어떻게=현대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19일까지 자구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함에 따라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생겼지만 요구사항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오히려 시한을 길게 준 뒤 한번에 끝내겠다는 정부방침에 오히려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자동차분리 문제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지분 9.1% 가운데 6.1%에 대해 매각을 전제로 채권단에 위임하거나 의결권 포기각서 등 경영권을 제한하는 장치를 갖춘 뒤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다. 이미 공정위와 큰 틀에 의견접근을 본데다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7일 귀국한 만큼 최종 결단만이 남은 셈이 됐다.

자구계획의 경우 이미 지난 4일 금감위에 제시했다고 퇴짜를 맞았다. 수차례 만들었던 자구계획의 이행시기를 앞당기고 실천방안을 보다 구체화했지만 전향적인 추가 유동성 확보안이 미흡했다는 후문이다. 현대는 현대건설이 보유중인 중공업 지분 6.93%의 경우 교환사채(EB)를 발행,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세웠으나 정부는 계열분리를 앞당기는 차원에서 아예 3% 미만으로 낮추고 현대상선 지분 23.86%에도손을 대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MH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도 정리할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 현대의 속을 태우고 있다. 정부의 요구대로 따를 경우 MH-현대건설-현대상선-현대중공업 등으로 연결된 지배구조가 흔들리면서 사실상 그룹이 해체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MH는 산적한 현안에 대해 "말할 위치가 아니다"며 대북사업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모습을 강조했다. 현대 관계자는 "2003년 분리 예정인 현대중공업을 내년까지 떼 낸다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자구계획에서 가장 큰 쟁점은 여전히 문제의 경영진 퇴진 부분이 될 것 같다. "주채권은행이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다"거나 "경영진 퇴진은 본인 또는 이사회의 결정사항"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새 경제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현대 수뇌부는 8일부터 2박3일간의 방북을 통해 성과를 털어놓은 뒤 '역할론'을 강조하며 시장의 반응을 다시 한번 떠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자구계획 제출시한이 19일로 돼 있지만 신속한 신뢰회복을 위해 시한에 맞추기보다는 최종 자구계획이 나오는 대로 발표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발표시기가 내주로 미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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