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산가족 상봉장...워커힐 썬플라워룸

"15년전 눈물바다를 이뤘던 이곳에서 다시한번 이산의 아픔을 달랩니다"오는 15일 방문하는 북측 이산가족들이 가족간 개별상봉 장소로 이용할 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 지하1층 썬플라워룸.

지난 85년 남북 이산가족이 첫 상봉을 할 때도 만남의 장소로 이용됐던 곳이다.이름이 '해바라기홀'에서 '썬플라워룸'으로 바뀌고 내부 장식이 다소 달라졌지만 15년전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생이별의 회한을 나누던 이산가족들의 눈물과 통곡의 흔적이 여전히 배어 있다.

굽어가는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대형 창문에 다양한 문양의 청색 카핏을 깔아놓은 287평 썬플라워룸에는 10인용 탁자 45개를 배치, 이산가족들에게 배정될 예정이다.

이곳은 14일에는 북으로 올라갈 남측 이산가족들의 사전 교육장으로도 활용될예정이어서 명실상부한 '이산가족 만남의 전당'으로 불리게 됐다.

북측 이산가족 일행 등이 묵게될 8,9층 250개 객실중 8층 객실 역시 지난해 12월과 지난 6월 북한 농구단, 평양교예단이 연이어 묵고 갔던 단골 숙소.

8평 규모로 1박 요금 25만원인 일반 객실이지만 이산가족들로서는 값으로 따질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낼 방들이다.

류미영 북측단장에게는 하루 객실료 60만5천원, 27평인 '타워스 스위트룸'을 배정할 방침이다.

85년 이산가족 상봉이래 남북고위급회담 등 벌써 여덟번째 북한 손님을 맞는 워커힐 호텔은 '한점 불편함 없는 3박4일'을 만들기 위해 박천홍 영업본부장을 총괄팀장으로한 '남북이산가족 교환방문단 준비실무팀'을 구성했다.

호텔측은 직원들에게 방문 대비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사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팀장들이 매일 준비상황을 챙기고 있다.

이산가족들에게는 방문기간 13가지 음식으로 짜여진 한정식과 35가지 음식을 갖춘 한정식 뷔페를 제공키로 하고 특히 송이전복찜과 야채갈비살, 민어삼색전 대구구이, 구절판 밀쌈말이 등을 '야심작'으로 선뵐 계획이다.

호텔 안팎에는 '환영 남북 이산가족 방문단' 등 각종 현수막이 내걸려 민족적인경사를 맞은 축하분위기를 북돋게 된다.

반세기만의 극적인 해후 소식과 장면을 국내외에 타전할 프레스센터는 335평 규모인 컨벤션센터 1층 무궁화그랜드볼룸에 꾸미기로 하고 언론사별 부스 배정작업이진행중이다.

유제춘(46) 식음료팀장은 "국가적인 중대행사인 만큼 직원 개개인에게 자부심을갖고 일하자고 강조하고 있다"며 "이산가족들이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편안히 지낼수 있도록 빈틈없이 준비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109세 오마니 사망...장이윤씨 실신

"누가 38선을 가로 막고 있나. 애시당초 돌아가셨다고 말했으면 이렇게까지 슬프지는 않을 텐데..."

북측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발표됐던 노모의 사망소식을 9일 전해들은 장이윤(張二允.72.부산시 중구 영주동)씨가 충격을 받고 비탄에 빠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있다.

병원으로 후송된 장씨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생존소식에 며칠간 밥도제대로 먹지 못하고 기다렸는데 기가 막히다"며 탄식했다.

장씨는 이어 "50년이나 지나도록 꿈속에 한번 나타나지 않으시더니 결국 이렇게가셨습니까 어머니!"라며 오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장씨가 "이것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7천만 겨레의 슬픔이다. 도대체 누가 38선을 가로막았나"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자 말없이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도눈시울을 적셨다.

장씨는 오는 15일 방북을 앞두고 한복을 준비하는가 하면 노모에게 줄 가락지와팔지, 목걸이 등은 이미 마련했으며 이날도 방송사와 인터뷰를 끝낸 뒤 방북때 입고갈 옷가지를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가려던 길이었다.

장씨의 작은 아들 준용(36)씨는 "명절때마다 가족들이 모이면 아버지는 할머니이야기를 하시곤 했는데 이렇게 비보를 접하고 보니 뭐라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슬퍼했다.

준용씨는 또 "할머니 생존소식을 들은 뒤 아버지는 할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자상하신 분'이라며 매일같이 말씀하셨다"면서 "그렇게 기뻐하시던 아버지가저렇게 누워계신 것을 보니 내 마음도 찢어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준용씨는 "할머니가 진짜 돌아가셨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아버지가 꼭 방북단에 참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O...남북 방문단 세부일정 협의

남북 적십자사는 9일 오전 판문점 적십자 연락관 접촉을 갖고 8.15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과 관련한 세부 사안을 본격 협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남북 양측은 방문단이 이용할 교통 수단 및 이동 경로, 가족상봉횟수 및 참관 여부 등 체류일정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방문단 교환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협의를 본격 진행해 체류일정을 조속히 확정지을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접촉에서 남측은 방문단 도착 당일 단체상봉과 두 차례 개별상봉, 상봉 가족동반 비원 및 롯데월드 민속관 참관 등의 일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측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남북 양측은 8일 장충식(張忠植) 한적 총재와 류미영(柳美英) 천도교청우당 위원장을 단장으로 이산가족 방문자 100명과 의료진을 포함한 지원인력 30명,취재기자 20명 등 각각 151명의 명단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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