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스 운전사의 작은친절

한여름 무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오후5시. 춘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기위해 택시를 타고 북부정류장에 도착하니 온몸이 구슬땀으로 흠뻑 젖었다. 혼자서는 한꺼번에 들기도 벅찬 많은 짐에다 어린 외손주까지 데리고 어떻게 버스에 오를까 생각하니 진땀이 더 흘렀다.

그때 춘천행 시외버스 운전기사가 웃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무거운 짐보따리를 챙겨 짐칸에 넣고는 어린아이의 보행기까지 손수 들고 버스에 올라서는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좌석 안전벨트로 고정시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춘천으로 운행도중 승객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몇번이고 확인하며, 특히 어린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에어컨 온도 조절에도 늘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목적지인 춘천에 도착하자 다시 짐들을 정리해 내려주며 아이에게 잘가라고 손까지 흔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이토록 친절한 운전기사가 있었다니…. 무덥고 짜증스러운 여름날이었지만 세상이 갑자기 아름답게 보였다. 금강여객의 오00 기사로 기억된다. 작은 친절로 큰 감동을 안겨줬던 그 기사만 생각하면 후텁지근한 이 여름 무더위조차 상큼하게 느껴진다.

김정호

(대구시 상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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