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한국경제 위상

통계청이 세계 각국과 우리나라 통계지표를 비교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선진국보다 매주 8~10시간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수준을 보면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계7위(740억5천500만달러), 선박건조 세계2위, 쌀 생산 세계12위, 자동차 생산 세계8위이며 국내 총생산(GDP)은 세계13위를 기록했다. 현대문명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선박건조와 자동차 제조부문에서 2위, 8위를 각각 기록하는데다 통계로는 잡혀있지 않지만 21세기 문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생산 부문에서 세계1, 2위를 다투는 등 우리 경제는 상당한 수준이구나 싶은 생각이 슬그머니 들기도 한다.

말이 쉬워 그렇지 우리처럼 9만5천㎢(남한면적)의 좁은 땅에 4천500만명 이상이 살면서 부존자원이 거의 없다시피한 터수에 교역량 세계11위, 외환보유고 7위로 10위권을 거뜬히 지켜내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부존자원이 많고 인재가 많은 러시아 같은 강국마저도 헤맬만큼 격동하는 20세기 후반에 우리만은 불과 40년만에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냈으니 정말 이 민족은 대단하구나 싶은 감회마저 갖게되는 것이다.

새삼 여기서 진부하게 '한강의 기적'을 되풀이케 되는 것은 IMF이후 요즘들어 어쩐지 우리가 외세(外勢)앞에 지나치게 위축되고 기죽어 지내는 것같아 해보는 소리다. 미국은 그렇다치고라도 러시아 외교에 밀리고 대(對)중국외교에서 또 양보하고 북한의 미사일외교에 기죽는 우리의 위축된 모습이 안쓰러워 하는 말이다. "우리는 손바닥만한 좁은 땅에서 세계10위권에 들만큼의 경제대국이 된 나라"라는 자부심으로 이 땅을 경영하고 또 강대국 외교에 당당하게 맞섰으면 싶은 오기조차 드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고칠점도 많다. 교통사고 대국의 오명도 벗어야 하고(사망률 세계4위) 에너지 소비 세계10위, 호화 사치풍조의 만연 등 흥청망청으로 대강대강 살아가는 풍조를 고쳐야 한다. 그렇게해서 검소, 질박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에겐 지금 북한이나 러시아에 비할바 없는 강력한 '경제대국'을 중흥시킨 국민이란 자긍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어느나라든 그 국민이 자존심이 있어야 이웃을 돌볼 여유가 생기고 또 의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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