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하-의료대란 현실적 대처라야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1일부터 전면 재폐업을 단행키로 결의한 것은 이미 끔찍했던 의료대란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대부분의 전임의와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30대 뇌종양환자가 수술지연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등의 각종의료사고가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과연 의권(醫權)수호라는 명분으로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해도 좋은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사는 하루빨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선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왜 의사들이 이렇게 국민적 비판을 무릅쓰고 파업에 나서는 가를 솔직히 검토해 봐야 한다. 개혁이라는 명분만 내세우면 무조건 승복하고 따라와야 하는 가하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개혁의 추진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의 가장 큰 목적은 의약의 오.남용방지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처럼 점진적 시행도 있을 수 있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시행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다 현실적 방법이 없나 하는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완전의약분업이 아닌 현시점에서도 벌써 동네의원은 형편없이 환자수가 줄었다. 이는 동네약국도 같은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분석해도 진료원가의 70%수준밖에 안되는 현행 의료보험제도하에서 실시된 의약분업으로 더 이상의 희망은 없어졌다. 그리고 젊은 전임의나 전공의는 앞으로 장래가 전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경영여건의 악화로 동네의원이나 동네약국이 문을 닫아 줄어들어 버린다면 의약오.남용 방지는 될 지 몰라도 국민건강을 지키는 의료환경은 나빠지는 결과를 빚게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시행을 연기해가면서 1년여간 준비를 했다고 했으나 시행해본 결과 그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따라서 의료계파업에 대한 대처도 이러한 잘못된 명분만으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자칫 김대중 대통령이 의료파업문제는 금주내 해결하라는 지시가 오히려 사태해결의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시한을 정해놓고 하는 대화는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눈가림식 해결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건강을 걱정한 지시로 해석하고 시한에 얽매여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10일에는 국무총리산하에 보건의료발전 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새로 임명된 최선정 보건복지부장관은 '아직은 밝힐 수 없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하니 여기에 기대를 걸어보겠다. 어떻든 정부는 이제 국민이 더이상 의료대란의 희생물이 되지 않게 적절한 대처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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