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남편 옷 사
○…남편을 기다리길 50년 세월. 가슴속 사무치는 망부가(望夫歌)를 이제사 불러보는 이춘자(74.안동시 동부동)씨.
이씨는 43년 17세의 나이로 남편과 결혼, 당시 한양대를 다녔던 남편을 따라 서울로 올라가 아들 둘을 낳고 살다 6.25를 맞았다.
50년 전 한강변 뚝섬에서 맞은 생이별 장면을 이씨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리어커에 살림살이를 잔뜩 싣고 네살과 첫돌을 갓 지낸 아들 둘을 앉힌 뒤 시숙을 따라 먼저 피난길에 오르던 중 자전거를 구해 바로 뒤따라 온다던 남편을 끝내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씨는"시집가기전 남편을 처음 봤을 때처럼 가슴이 뛴다"며 안동 신지장 베전골에서 안동포를 사다 남편에게 줄 베적삼 한벌을 주문했다. 친구들이 사시사철 남편에게 해준 옷자랑을 늘어 놓을 때마다 아린 가슴을 몰래 쓸어내려야 했던 서러웠던 기억을 이제라도 보상받고픈 욕심때문.
안동.鄭敬久기자 jkgoo@imaeil.com
##죽은줄 알았던 동생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이 돌아온다니 꿈만 같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을 이제야 풀어드리게 됐습니다"
지난 50년 동생 김치효(69)씨가 대학에 입학한 뒤 곧바로 소식이 끊겨 반세기를 가슴앓이해온 김치려(74.대구시 북구 태전동)씨.
"전쟁이 끝난 뒤 하루하루 아들 소식만 기다리다 끝내 눈을 감은 아버지도 저승에서나마 기뻐하실 겁니다. 서울에서 동생을 만나고 나면 칠곡군 동명면에 있는 부모님 산소를 먼저 찾아갈 생각입니다"
7남매중 여섯째인 김치효씨는 지난 50년 4월 서울대 문리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뒤 맏형 김치원(85.경북 경산시)씨와 둘째형 김치려씨가 하숙집을 구해주고 입학식에 참석한 것이 마지막 만남이었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휠체어 끌고라도 상봉
○…"휠체어를 끌고라도 아버님을 만나는 길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야죠"
지난 4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아직도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최중선(52.울진군 울진읍.울진경찰서 근무)씨는 북측의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에 아버지 필순(77.당시 동국대생)씨가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접한 8일 하루 내내 들뜬 모습이었다.
아직도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최씨는 상봉장소에 아내 전영자(52)씨와 인탁(30), 경탁(27) 두 아들, 누나 양옥(57)씨 내외 등 친인척들과 함께 상봉장소로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최씨는 "남겨진 유일한 아버지 사진은 50년전 사각모를 쓴 20대 청년의 모습"이라며 "늙으신 아버님의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비디오 카메라를 준비할 생각"이라고 했다.
울진.黃利珠기자 ijhwang@imaeil.com
##삼촌 호적 정리도 않아
○…"잊혀져 가던 삼촌이 살아서 우리를 만나러 온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북한측이 통보한 이산가족 상봉명단에서 양원렬(69)씨를 확인한 장조카 양성기씨(63.산부인과원장.대구시 동구 신암1동)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양원렬씨는 경북사대부속중학교를 졸업하고 50년 4월 서울대 문리대 수학과에 입학했지만 두달 뒤 전쟁이 터지면서 가족들과 헤어졌다.
전쟁이 끝난 뒤 가족들은 인민군을 피해 무사히 피난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원렬씨를 찾지 못해 가족들 가슴속에 남은 전쟁의 상처는 아물지 않은 채 반세기가 흘렀다.
李庚達기자 sarang@imaeil.com
##사진보며 옛모습 회상
○…동생 재린(67)씨를 만나게 됐다는 소식을 접한 도재익(78.예천군 용궁면 덕계리) 재하(70)형제는 "7일까지 상봉 소식이 없어 탈락된 줄 알았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도씨는 대한적십자사에서 보내준 동생 사진을 보니 옛 모습이 생각난다며 미소를 짓다가 25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동생을 애타게 그리워했다는 소식을 전할 생각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동생에게 줄 금반지와 금목걸이, 전자제품 등을 준비해 놓고 있는 도씨 형제는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다"며 재회에 부푼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다.
##"재회소식 너무 감사"
○…김치원(86.경산시 백천동)씨는 동생 치호(69)씨를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여태까지 살아있어 준 것 만으로도 너무나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장남인 김씨는 "7남매 중 여섯번째인 치호가 형제들 중에서는 가장 공부도 잘해 경북고에서 학생회장을 하는 등 큰 인물이 될 재목이었다"며 동생을 회고했다.
둘째 여동생을 제외하곤 형제가 모두 살아있어 동생과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다는 김씨는"효심이 지극하고 착하기만 했던 동생을 만나면 그간 못다한 사랑을 듬뿍 주고 싶다"며 기대에 부풀었다.
##옷 직접재단.패물 준비
○…생사조차 몰라 제사를 지내왔던 동생 중국(70)씨가 상봉단으로 서울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권계희(여.73 영주시 하망동)씨는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밤이 새도록 나누고 싶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권씨는 "이산가족 만남의 길이 조금만 빨리 열렸으면 3년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한을 풀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막내동생 춘례(59)씨와 함께 동생의 몸 치수를 떠올리며 모시 바지와 저고리를 손수 만들고 있는 권씨는 동생에게 줄 선물로 금반지 등 패물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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