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제품 왜 잘 안팔리나

갤러리존, CMB 등 이미 대구에 들어선 중소형 패션몰 500여개 점포는 대구에서 생산되는 완제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지역 패션몰 입주 업주 상당수가 대구 사람일 뿐 완제품은 모두 외지에서 갖고 온다는 설명이다.

엑슨밀라노, 베네시움, 디자이너크럽 등 1천개 안팎의 대규모 점포를 가진 패션몰이 들어서더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 때문에 지역 패션몰들이 서울 동대문시장의 물건을 떼다파는 하청기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구의 대형 패션몰들이 대다수 판매제품을 서울에서 가져온 물건으로 채울 경우 밀라노프로젝트를 통해 패션도시로 육성하자는 이야기도 논리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패션몰 사업자들은 현재 대구의 패션산업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수십년동안 원단 중심의 생산구조를 가진데다 80년대 들면서 '브랜드시대'가 도래해 그나마 대구를 지탱하던 서문시장의 디자인·봉제·부자재 등을 통한 완제품 유통구조가 깨어졌다는 것. 당시 우수 인력은 서울이나 브랜드 의류 생산업체로 유입됐고 대구에 남아 있는 몇몇 인력군이 지금의 대구 패션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구시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튼튼한 원단 생산구조를 디자인, 봉제, 부자재, 유통 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개별 부문 육성 못지 않게 통합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엑슨밀라노 김영철 수석 이사는 "패션산업의 특징이 소품종 대량 생산 구조를 넘어선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구가 패션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구 내에서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집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최종 판매자인 패션몰 사업자들과 대구시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디자이너, 봉제공장, 부자재공장 육성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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