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콜라를 마셔본 적이 있는가? 홍콩에서 레몬조각을 띄운 뜨거운 콜라를 마시면서 과연 중국인들은 콜라까지도 중국화하는구나 라고 감탄한 적이 있다. 일부러 올을 풀어 너덜너덜하게 만든 청바지를 성한 바지보다도 더 비싼 값에 사입는 멋쟁이들이 그것이 블루칼라를 상징하는 노동자의 옷이며,해진 청바지는 노동자의 관록을 뜻한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신세대문화로 각광받는 랩이 흑인의 신세타령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입된 문화는 원래의 의미를 상실하거나 변형되기 마련이다.
수입 문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이 바로 세계화 시대의 생존전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자를 상품화한 것은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고 카레를 상품화한 것도 인도인이 아니며 콘푸로스트를 상품화한 것도 멕시코사람들이 아니라는데 이르면 김치는 우리가 상품화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목소리가 약해질 수 있다.
◈제도도입에 따른 진통
청바지나 랩 수입보다 더 조심스러운 것은 '제도'의 수입이다. 정부는 의약분업제도라는 선진국의 의료제도 도입을 위해 폐업도 불사하고 있는 의사집단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의사집단 뿐 아니라 위기감에 몰린 동네 소형약국의 항의, 병원에서 곧바로 약을 구할 수 없는 의료소비자의 불평도 넘어야할 산이다
의사의 처방권이라는 무형의 지적 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전통, 신약 개발을 위한 제약회사의 임직원을 기르기보다는 개업약사를 더 많이 키워내는 약대와 약사제도, 정부의 보조없는 사회보험적 성격의 의료보험제도 등의 문제를 도외시한 채 제도를 도입한데 따른 진통이다. 의약분업에 따른 약사들의 반발을 고려하여 한약조제권을 주는 바람에 이미 한의대생들의 결사항전을 받은 바 있는 정부가 이번에는 의술의 지적 재산권을 사회보험으로 묶어놓은 상태에서 의약분업을 강행하다가 의사들의 결사항전에 직면하고 있다.
◈사회적 소화력 갖춰야
이왕 진통이 일어난 마당에 이제라도 의료계의 현실을 정확하게 본다면 더 많은 시행착오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생명과 직결된 의료분야는 보험적용이 엄격한 나머지 새로운 의학실험이 제한되어 의료계의 3D 직종으로 기피의 대상이 된지 오래고 보험 적용에서 자유로운 분야만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급 의료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환자는 단지 고급 병실을 쓸 수 있는 것이 고작인 상황에서 값비싼 수입 건강식품업, 과잉검사를 위한 수입 의료기계만 살찌고 있다. 소비자의 의료비 지불은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수익을 챙기고 있는 사람은 의사도 약사도 아닌 다국적 의료자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의사는 의술의 개발에 전념할 수 있고, 약사는 신약개발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수입건강식품으로 향하는 소비자 발걸음을 붙들 수 있다는 확신을 줄 때만 새로운 제도 도입에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선진국에서 시행하기 때문이라는 논리 이상이 필요하다. 청바지가 미제라 좋다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해답은 실사구시(實事求是)
제도를 수입하는데 따르는 부작용은 제도 그 자체를 금과옥조로 여길 때, 또는 제도를 도입할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때 생긴다. 정신대 배상은 1960년대의 정부간 협상으로 끝났다고 하면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않는 이유는 법의 정신을 외면하고 법제도만을 고집하는 법제도 수입자의 식민성 때문이라는 일본인 학자의 분석은 주의를 끈다. 체코의 하벨대통령도 민영화과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주의라는 수입원론이 아닌, 현실에 맞는 적정 개입이 마피아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의료대란을 맞이하여 허준의 인술을 그리워하는 것을 넘어 다산선생의 '실사구시(實事求是)'정신이 절실한 이유는 제도 수입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약은 '실사구시'밖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콜라도 데워 먹을 수 있다는 정신을 의약분업제도 도입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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