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상수도가 긴요하지만 하수도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다만 상수도와 하수도는 분리돼 있어야만 한다. 상.하수도가 뒤섞인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마실 수 있는 물마저 잃게 돼버려 사회가 혼탁해질 뿐 아니라 끝내는 질식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에 필수적인 상수도와 하수도를 뚜렷하게 구분한다. 오염된 물을 거르고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고, 그 기능도 강화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문화는 어떤가. 상.하수도의 파이프가 별개로 나눠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대중문화, 특히 영상물의 경우는 그 혼탁의 정도가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성행위를 전편에 담은 '포르노'에 가까운 영화와 폭력물들이 때와 장소, 나이를 가리지 않고 상영되고 있으며, 청소년들에게도 무방비 상태여서 폐해가 심각하다.
이 때문에 등급 외 영화 전용 상영관이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대두됐다. 2년 전에는 이를 골자로 한 영화진흥법 개정시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나 등급 외 전용관 문제를 두고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위해 있어야 한다' '포르노물의 범람을 부추기고 법적인 혼란만 가져온다'는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 지금까지 유보돼 왔다.
오랫동안 논란을 빚었던 '제한 상영관(등급 외 전용관)' 신설이 재추진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문화관광부는 이같은 내용의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11일 입법 예고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올 가을 국회에 올릴 움직임이다. '제한 상영' 대상은 성과 폭력 등의 묘사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화로 20세 이상만 관람이 가능하며, 이 등급의 영화는 다른 영상물 제작은 금지된다.
아무튼 이젠 음란 영상물에 대해 개탄만 할 때는 지난 것 같다. 상.하수도의 파이프를 별개로 나눠 대책을 구체화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영상물 심의기관에서 가위로 필름을 자르는 일이 없어야 영화도 살고 나쁜 영화도 필요악적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각종 음란물이 홍수를 이룰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사후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제한 상영관'이 청소년을 보호하는 효과적 규제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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