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政 마지막 카드에 醫 더내놔라

의료계의 지금까지 투쟁 명분은 '의권' 쟁취, 즉 진료권 확보와 '완전한 의약분업'이었다. 일반 시민들이 보기엔 그런 핵심 사항들이 많이 수용된 것 같은데도, 의료계는 왜 다시 폐업투쟁으로 내달리는 것일까? 이때문에 시민들은 "체면 때문에 내세우지는 못하지만 결국 돈 때문 아니겠느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새 내각은 진찰료와 처방료 인상을 10일 즉각 발표하고 나섰다. 정부로서는 국민들의 보험료 인상과 보험재정 부담 증가라는 어려움까지 감내하고 내놓은 고육지책들.

내년부터는 진찰료와 처방료를 통합토록 한 것에도 수가인상 효과가 있어, 역시 의료계에 유리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체조제 금지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지역별 의약 협력위원회 산하에 의사와 약사만으로 구성된 '의약품 조정 소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상용처방약 선정은 의사가 제출한 목록을 토대로 하도록 했다. 해당지역 유지나 관공서 등 비의료계의 개입 여지를 사전에 차단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 상용처방약 이외의 품목들도 약사가 대체조제할 경우 조제기록란에 반드시 환자의 확인을 받도록 했다. '의권' 보호를 위해 의사들에게 상용약 선정권을 주고, 상용약 이외의 품목에 대해서는 대체조제 때 환자와 의사를 통해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전공의들의 임금도 15% 인상하겠다고 했다. 이에따라 국공립병원 전공의는 다음달부터 인상된 봉급을 받을 수 있다. 수련병원 전공의는 건강보험 수가 가산제를 통해 적립된 금액으로 내년부터 동일한 인상분을 적용받게 된다.

정부가 이처럼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했는데도 강경투쟁 노선을 굽히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러한 수가체계 하에서는 의약분업이 싫다는 것이 의료계의 속내라고 밖에는 보기 힘든다고 주변에선 말한다.

종합병원과 병원.동네의원들은 거의가 지불한 돈 보다 더 많은 양의 약을 제약회사로부터 납품 받거나, 의료보험 약가보다 싼값으로 약을 들여 놔 왔다. 대형병원들은 약을 채택해 주는 대가로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겼다.

의약분업 실시가 최종 확정된 지난해 5월에는 조용히 있던 의료계가, 11월에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시행으로 약값 거품이 빠져 버리자 갑자기 거리로 나섰던 이유도 이런 사정 때문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의료계는 진찰료와 처방료를 정부안 보다 2, 3배 더 많이 요구하면서 올해만 총 2조원의 재정 추가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의 한 종합병원장은 "현행 의료보험 수가나 의보재정 체계에서는 솔직히 의약분업을 하고 싶지 않다는게 속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의약분업 반대는 아니나, 적어도 일본식 임의분업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는 욕심을 깔고 있으리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는 환자들이 원내외 처방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 관행상 임의분업은 종전체제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야기.

이때문에 비판력 있는 시민들 중에는 "의료계가 우선 속 마음부터 내 보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적잖다. 파업을 한다지만 그 이유가 객관적으로는 불투명하다는 것. 그래서 이들은 의료계가 자신들의 요구를 솔직하게 내뱉지 못하고 엉뚱한 이유를 내세워 환자를 볼모로 한 인질투쟁을 벌이며 정부의 굴욕을 요구하고 있다는 식으로 사태를 보고 있다.

李鍾均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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