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현 정권이 반미운동을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발언을 놓고 여야가 감정적인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이 "국익보다는 정쟁을 위한 발언"이라고 비난하자 한나라당은 "야당총재의 고언조차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민주당이 중병에 걸렸다"며 반박했다.
민주당 서영훈 대표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총재의 발언은 사실을 왜곡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반미감정은 결코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한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이 총재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은 국익을 해치고 소모적인 공방을 불러올 뿐"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차기 대권 가도에서의 미국 영향력을 의식, 현정부와 미국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대신 스스로는 친미적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강경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남북 협상이 진행되는 미묘한 시점에 현 정부가 마치 반미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곡해한 이 총재의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보기 때문. 통일보다는 평화정착이 우선이라는 김 대통령의 평소 소신과 입장을 이 총재가 급진적 통일운동 운운 식으로 왜곡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통일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오는데 대한 야당 총재로서의 경고"라며 특히 "이 총재의 발언은 우려할 만한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걱정이자 이런 현상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충고"라며 민주당의 반응을 비난했다.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정국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진 야당 총재의 당연한 책무"라며 "SOFA 재협상과 노근리, 매향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반미의식 확산을 부추긴다는 국민들의 의혹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총재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는 10일 남북문제에 대한 당의 자세전환을 촉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총재는 "원내 제1당이 남북문제에서 물러서 있는 것처럼 비쳐져서는 안된다"며 "극단적인 주장은 비판하되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교류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한다"고 주장, 남북정국을 대북정책 비판으로 돌파하려는 이 총재의 의중과 대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徐泳瓘기자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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