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상-현대 자구안 타결은 됐지만

국민경제를 벼랑으로 몰았던 현대사태가 그룹측과 채권은행의 자구안(自救案) 타결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오늘 채권은행단회의에서 이달부터 현대건설에 당장 돌아오는 차입금상환연장 등을 결정하면 화급한 유동성위기는 진정될 것같다. 정부당국은 현대자동차의 계열분리방안을 승인할 방침임을 발표했고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이 이번 자구계획을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 있는 강도높은 내용이라며 높이 평가한 것을 보면 이전의 자구안 보다 진일보한 것임이 분명하다. 정부와 채권은행이 이를 받아들인이상 현대의 다급한 유동성위기는 한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자구안이 평가를 받은 것은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9.1% 중 6.1%를 이달중에 완전매각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정부와 시장이 현대측에 함께 요구해온 오너의 사재출연과 자동차 계열분리에 적극적인 성의를 보인 것이라 하겠다. 또 현대건설 보유주식중 중공업.상선주식 지분에대한 교환사채를 발행, 해외에 매각하고 국내외의 알짜 부동산을 팔아 유동성 부족을 메우려는 것은 매우 긍정적 자세라하겠다.

그러나 이같은 자구안을 주채권은행의 평가대로 시장이 근본적으로 신뢰하고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것은 첫째, 이번 자구안이 그동안 정부와 시장이 요구해온 지배구조개선문제에서 투명한 자세를 보이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 3부자와 이익치 회장 등 이른바 현대가신들의 경영일선퇴진이 불분명한 것이다. 정몽헌 회장의 경우 현대사태로 금융시장이 보름이상 마비돼 국민경제가 아슬아슬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두고 북한을 방문했던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이 정씨 3부자의 경영일선퇴진을 강력히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져왔으나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과 대북사업의 "특혜"를 김위원장으로부터 받고오면서 퇴진문제가 흐지부지된 경위도 이해하기 어렵다.

두번째는 현대가 그나마도 이번에는 자구계획을 분명히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시장의 신뢰와 직결된 것이라하겠다. 이번마저 자구계획의 실행을 지연시킨다면 현대 뿐만아니고 국민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몰고올 것이다. 세번째로 현대가 잠정적으로 유동성위기에서 벗어났다고 구조조정을 게을리한다면 수익성문제로 또다른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이제 현대는 시장이 요구하는 지배구조개선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자구노력을 강력하게 실행하고 정부와 채권단은 이를 철저히 감독감시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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