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닷컴 위기설 허와 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진작에 색다른 수익모델도 없이 인터넷 붐에 편승해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던 닷컴 벤처들은 이번 기회에 정리돼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닷컴 위기설'을 이제 인터넷 벤처는 별볼일 없다는 식의 마녀사냥으로 몰아가선 곤란하다. 오히려 경쟁력 있는 벤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닷컴 위기설'에 대한 벤처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위기설의 진원지는 나스닥(Nasdaq). 지수 5천을 돌파했던 나스닥은 3월말부터 삐걱대더니 급기야 5월말엔 최고치 대비 37% 하락한 3천대에 접근했다.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인터넷 벤처의 거품설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 와중에 세계적 고급브랜드 의류 소매상으로 주목받던 영국의 부닷컴(boo.com)이 5월 중순 창업 1년반만에 추가 투자유치 실패로 1억3천만달러를 소진한 채 도산해 버렸다. 뒤를 이어 촉망받던 닷컴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나머지 기업들도 10~40%에 이르는 인력감축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주력하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나스닥과 '동고동락'하는 코스닥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가하락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국내에서도 위기설이 나돌았다. 단순히 닷컴 위기가 아닌 벤처의 총체적 위기로 다가왔다. 대구·경북 지역 벤처들의 투자 유치도 힘들어졌다. 지난해 수도권 벤처 투자로 재미를 본 벤처캐피털들은 올초 지역 유망벤처 물색에 나서며 대대적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은 1/4분기를 넘기며 부도 수표로 끝나고 말았다.

벤처위기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정부 각 부처의 공조는 눈물겨울 정도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중 정보통신산업이 38%를 차지했으며, 향후 관련분야에서 95만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발표했다. 또 뜬금없이 '벤처산업 위기론 근거있나'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벤처 투자는 물론 성장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는 닷컴 기업 대표들과 만나 '위기설을 극복하는데 민관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이밖에 인력과 자금, 제도 등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청도 '벤처산업 동향 및 대책'이란 자료를 내고 닷컴 위기설의 근거없는 확대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기관이 입을 모아 위기설을 부정하는 것을 보니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며 눈을 흘겨 뜨고 있다. 아울러 무작정 위기설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문제있는 벤처는 도태시켜 전체 벤처의 건실화를 도모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지금껏 상당수 벤처들은 수익성이 검증안된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워 투자를 유치한 뒤 이를 기반으로 사세를 키워 2, 3차 펀딩을 받아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런 관행은 벤처 비판론자들로부터 '돈놓고 돈먹기'란 비난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반기에도 주요 인터넷기업들은 인력 감축이나 동결 대신 지난해 수준의 신규인력 채용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고액 연봉을 약속받은 유능한 인재들의 벤처행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위기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된 제스처인지 재도약을 위한 현실적인 투자인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지역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정말 두려운 것은 신규 투자 중단이 아니란 기존 투자자금의 이탈로 인한 닷컴의 붕괴 도미노"라며 "자금이탈이란 극한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투자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로 말했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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