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고향산천을 향해,여동생을 만나러 50년만의 평양 여정에 나서는 김각식(71.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씨.
김씨는 닷새전부터 여동생 김정숙(63)씨 가족들에게 전할 선물을 준비하느라 서문시장,교동시장,백화점 등 대구시내 곳곳을 가벼운 걸음으로 돌아다녔다. 아내 신무생(62)씨도 남편의 북한방문을 함께 기뻐하며 장보기에 동행했다.
당초 여동생의 한복을 준비하려다 안타깝게도 치수를 몰라 그만두고 목걸이,시계세트,속옷,전자계산기를 비롯해 치약,비누,면도기,라이터 등 생활필수품까지 골고루 준비했다. 시계만 10개를 샀다. 새로 산 대형 여행용가방이 부족할 정도다. '달러'도 환전해 두었다.
김씨는 "조카들이 몇명인지 몰라 남,여동생 자녀들을 각각 3명정도로 생각하고 선물을 준비했다"며 "어려운 형편에도 100만원어치의 선물을 샀지만 50년만의 만남을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51년 1.4후퇴때 함경남도 북청에 홀어머니와 남,여동생을 두고 단신 월남한 김씨. "한을 풀러 간다. 살아생전 고생하신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는게 한스럽지만 여동생을 만나면 저승에 계신 어머니도 기뼈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쫛…"가슴속에 묻어 둔 50년 한이 풀릴까요…. 기쁘면서 슬프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최성록(78.대구시 서구 비산1동)씨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평소 자주 찾던 경북 성주군 암자에서 지냈다. 외아들을 살리기위해 잠시 피하라고 하셨던 어머니, 그리고 북에 두고온 처자식을 만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텨온 반세기, 그 회한의 세월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명상으로 흥분된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제 마음이 편해야 북측 가족들도 저를 편하게 대하지 않겠어요"
최씨가 마음을 정리하는 동안 둘째 며느리 박광옥(36.여)씨는 10일 미리 상경, 북측 가족들에게 줄 선물 준비에 바빴다. 연로한 북측 시어머니를 위해 영양제와 비상 구급약을 사고 북측 형제들에게 줄 금반지와 시계, 겨울 옷가지등을 꼼꼼하게 챙겼다. "평소 자식들에게 북측 가족 얘기를 좀체 하지 않았습니다. 약주 한잔 드시면 가슴 깊숙이 묻어 두었던 얘기를 어렵게 꺼냈습니다" 지난 85년 이산가족 상봉 신청에서 탈락한 뒤 실망한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는 넷째 아들(33)은 피눈물로 점철된 이산의 응어리를 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훔쳤다. 李庚達기자 sarang@imaeil.com
쫛…13일 오후 서울행 새마을호에 몸을 맡긴 김창환(84.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는 차창밖 풍경에 시선을 맡긴 채 간난의 세월을 되새기고 있었다.
지난 51년 1.4후퇴 때 처자식과 생이별한 김씨는 대구에서 새가정을 꾸려 4남 1녀를 두었으나 북에 두고온 가족들을 잊지는 못했다. 지난 85년 남측 가족 몰래 이산가족 상봉신청까지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혼자 가슴앓이를 해야했다. 이산가족 상봉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최종 확인 한 뒤 교회에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남측 가족 사진을 보여 주며 50년 세월에 대한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휴가 나온 장손자 김철준(22.경찰대학 의장대 복무)씨의 부축을 받으며 부인 주순이(72)씨와 함께 가는 서울길. 남측 자녀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소중히 챙겼다. "당시 13살이었던 큰 딸이 유난히 똑똑하고 애교가 많았어요. 이제는 그 아이도 할머니가 돼있겠지요. 알아볼 수나 있을지..." 김씨는 북측 가족들을 위해 금반지 7개와 시계 10개, 영양제, 한방소화제, 여성정장, 내의 등을 마련했다. 김씨의 마음은 벌써 휴전선을 넘어 북측 가족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李庚達기자 sarang@imaeil.com
쫛…"돌아가신 어머니가 아끼고 아끼시던 등걸이(한복위에 입는 털조끼)를 언니에게 선물할 거예요"
북에 살고있는 언니 강순덕(75)씨에게 전해줄 선물 준비로 바빴던 강성덕(71.달서구 진천동) 할머니. 이제 준비는 끝났고 마음은 벌써 삼팔선 너머 언니에게 가 있다. 금목걸이, 금반지, 손목시계, 속내의, 한복 브로치, 양말, 미화 300달러 그리고 어머니의 유품 등걸이 등 모든 선물을 준비, 가방 한가득 꾸렸다. 그래도 부족한 듯 강 할머니는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추억과 그리움도 함께 선물 보따리에 담았다.
생사확인이 안된 강 할머니의 남편 이재식(75)씨의 선물을 준비한 며느리 서명자(45)씨는 만날 수는 없더라도 전해지기를 바라며 시아버지의 속내의와 양말을 하나씩 더 구입했다.
강 할머니는 "선물 준비를 하면서 이제 고향에 가는 실감이 난다"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강 할머니는 12일 오후 동생 혜덕(67)씨와 아들 이명(51), 그리고 며느리 서씨와 함께 이씨의 차편으로 서울로 떠났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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