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위원장 대화록의 생소한 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언론사 사장단과 나눈 대화록 가운데는 생소하고 남북한 말과 글의 차이 등으로 인해 해석이 난해한 부분들이 일부 나타났다.▲"간부들을 만나면 틀거리를 합니다. 간부들을 보면 신경질 나요. 이 사람들은 고정된 틀 속에서 잘 변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건강 유지와 관련한 질문에 대답하면서)

여기서 "간부들을 만나면 틀거리를 합니다"라는 발언은 "간부들을 만나면 (간부들이) 틀을 차립니다"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즉 이 발언은 문맥상 "간부들을 만나보면 간부들이 틀을 차리기 때문에 신경질이 난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틀을 차린다는 말은 내용보다는 일정한 격식이나 형식을 중시하면서 그에 모든것을 맞추려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간부들을 만나면 틀거지를 합니다"를 '틀거리'로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

틀거지란 "듬직하고 위엄이 있어 겉모양"이란 뜻으로 남북한 국어사전에 모두 등재돼 있으나 남한에서는 평소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북한에서는 일정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틀거지를 한다'가 아니라 '틀거지가 있어보인다'로 표현하며 긍정적 측면에서 주로 활용된다.

부정적으로 쓰일 경우 "틀거지를 차린다"로 말할 수도 있겠으나 거의 쓰이지 않으며 "틀을 차린다"로 통용되고 있다.

▲"이 고기가 하늘소 고기입니다. 당나귀라고 부르던 것을 주석님이 기분 나쁘다고 하늘소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당나귀 스테이크가 나오자)

북한은 지난 92년부터 당나귀를 하늘소로 개칭했다.

당시 북한 출판물은 김일성 주석의 교시에 따라 당나귀의 이름을 하늘소로 바꾸게 됐으며 하늘소 이름은 "울 때 하늘을 쳐다보며 운다"는데서 따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 주석이 당나귀 고기를 좋아하는데 그 이름이 귀에 거슬려 하늘소로 바꾸도록 한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남쪽 신문 활자 크기는 얼마요? 노동신문은 폰트가 얼마인가?" (눈이 나빠 남측 신문을 잘 안본다며)

김 위원장은 폰트가 아니라 포인트라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남한과 마찬가지로 포인트를 인쇄부문에서 활자크기를 표시할 때 쓰는 단위의 하나로 풀이하고 있다.

북한에서 폰트는 경제부문에서 일정한 목적에 쓸 자금이나 물건을 뜻한다.

노동신문 활자를 논하는 대화였다는 점에서 문맥상 '포인트'로 봐야 옳을 것이다.▲"우리 군대가 전쟁 때 낙동강까지 갔었는데 집집마다 동아리에 막걸리가 있어서 두세 사발씩 먹고 비리비리 하는 바람에 전쟁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정주영 명예회장이 선물한 막걸리 맛이 좋다며)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6·25전쟁 때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한 후 사흘간 머물러 있었던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인민군이 서울 점령 후 곧바로 부산 등으로 진격하지 않고 승리에 도취해 서울에서 일주일간이나 머무르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유엔군이 상륙할 시간을 주고 남한 전 지역을 통일하는데 실패했다고 수차례지적했다.

특히 당시 서울점령을 이끌었던 전선사령부가 최고사령부의 지시를 집행하지 않고 서울에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비판되고 있으며 이같은 사실은 외부에 일절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수차례 선전된 내용이라고 탈북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 대부분 탈북자들은 실제 인민군이 서울에 머무른 사흘간과 달리 주민들에게는 일주일간 서울에 머물러 있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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