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복절 특별사면 배경

14일 발표된 제55주년 8·15 광복절경축 특별사면은 지난 6월의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르익은 민족화해 무드를 반영한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밀레니엄 첫 사면'에 걸맞게 규모면에서도 98년 국민의 정부 출범직후 단행된 3·13 대사면(522만7천327명) 이후 역대 광복절 경축 사면중에서 최대 규모인 3만647명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법무부는 "분단 55년의 과거를 극복하고 역사적인 남북정상 회담으로 민족의 평화와 협력, 통일을 향한 기틀이 마련됨에 따라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이런 취지에 따라 남파간첩 '깐수'로 알려진 단국대 정수일 전 교수, 서울지하철 고정간첩 사건의 심정웅씨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나는 등 공안·시국사범 1천101명이 혜택을 입었다.

특히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8·15 사면 등을 통해 석방돼 북송을기다리고 있는 우용각씨 등 비전향 장기수 19명이 은전을 입었다.

한총련 대표로 밀입북했던 황선씨, 4, 5기 한총련 의장 등 국보법 위반자들이 이번에 대거 사면돼 국보법 개폐 논의가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IMF 사태라는 국가적 경제위기를 맞아 불가피하게 죄를 짓게 된 생계형 경제사범 등 2만2천235명에게 혜택을 준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밖에 작년 8·15 사면에서 사형수 5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한데 이어 사형집행대기중이던 사형수 2명에게 또다시 재생의 기회를 부여, 사형제도 존폐논란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면을 계기로 정치적 고려에 의해 사면이 너무 자주 단행되는 게 아니냐는 전례없이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등 사면의 방식과 내용에 대해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면이 대통령의 특권적 권한 행사라고는 하지만 1년에 2번꼴로 사법부의 유죄판결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을 외면하는 처사일뿐 아니라 준법풍토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뇌물수수나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정치인이나 선거사범들을 사면한 것은 부정부패 사범과 선거사범에 대한 당국의 엄단의지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8·15특사때 잔형면제 혜택을 받은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1년만에 복권시키는 등 구 정권당시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을 '끼워넣기식'으로 사면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중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이원조 전 의원을 비롯, 한보사건 등에 연루됐던 은행장들인 우찬목, 손홍균씨 등을 사면·복권한 것도 대화합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16대 총선 사범에 대한 수사·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15대 총선 이전 선거사범 382명을 복권시켜 정치 재개의 길을 열어 준 것은 엄정한 법집행에 장애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있다.

이런 와중에 당초 사면대상으로 거론됐던 정태수 한보그룹 전 총회장과 이준 삼풍그룹 전 회장이 제외된 것은 그나마 여론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진로그룹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배재욱 전청와대 사정비서관에 대해서는 당초 사면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풍사건 관련자들이 재판 계류중이고 주범격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미국도피중'이라는 이유로 이번 사면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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