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능 앞당겨 입시혼란 부채질

대학들의 요구에 따라 2002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올해보다 한달 가량 앞당겨진다는 발표가 나오자 고교 교육을 '대학입시의 과정'으로 보는 졸속 교육정책의 표본이라는 교육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수험생인 고교 2학년생과 학부모들은 고교 입학 때부터 수행평가, 특기.적성 교육, 새 대입제도 등 갖가지 새로운 교육정책의 시험대에 올랐는데 내년 학사일정마저 엉망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추천제, 다단계 전형 등 새로운 입시제도를 대학들이 적용할 수 있도록내년 수능시험을 현행보다 한달 가까이 이른 10월 중순이나 하순쯤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고교에서는 수능시험 이전에 3학년 진도를 마치기 위해서는 당장 2학년생들의 진도를 조정, 내년 2월부터 3학년 교과과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 오는2학기부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수능시험이 끝난 이후 2월 졸업때까지 4개월 동안 학생 지도가 사실상 불가능해 고교 3학년 과정이 파행을 빚을것으로 보고 있다.

한 고3 교사는 "지금도 3학년 과정을 여름방학 이전에 끝내는데 수능시험을 한달이나 앞당기면 진도 조정이 엄청나게 어렵다"면서 "고교 교육을 보통 시민 양성을위한 고등 교육과정이 아니라 대학입시의 징검다리 정도로 전락시키는 꼴"이라고비난했다.

고교 2학년생들의 경우 대학들의 입시요강도 몰라 갈팡질팡하는 상황에 일정까지앞당겨진다는 발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교 입학 후 '특기.적성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교육부 발표로 학력에 소홀했다가 뒤늦게 공부에 매달린 학생들은 올해처럼 재수생 열풍이 불 경우 가뜩이나 불리한데 수능시험 준비기간마저 짧아지면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고2 학부모 이미진(43.여.수성구 범물동)씨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가 안그래도 교과 진도가 늦다고 걱정인데 고3때는 더할 것"이라며 "결국에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교육부가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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