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의 전후 책임을 묻는다-다카하시 데츠야 지음

또 다시 맞이하는 55주년 광복절. 국권을 되찾은 의미있는 이 국가경축일은 많은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슴 한쪽을 짓누르는 무게를 지닌 채 다가온다. 침략자였던 일본 제국주의의 청산되지 못한 책임이 큰 논란을 빚고 있으며, 일본내의 분위기는 침략의 역사에 대한 왜곡이 더 심해지고, 한국의 태도를 갈수록 더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한국과 일본의 전후(戰後) 세대에 대한 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본을 싫어하는 이유로 과거 침략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한다고 응답한 데 비해 일본의 젊은이들은 아직도 옛날의 과거를 거론하기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본의 전후책임을 묻는다'(다카하시 데츠야 지음,이규수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 280쪽, 9천원)는 이같은 현실의 바탕 위에서 일본의 역사 인식과 전후책임에 대한 잘못된 흐름을 지적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전후세대 일본인 소장학자의 외침이다.일본은 종전후 한국을 비롯한 피해국가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하지 않은 채 경제번영의 길을 달려왔다. 그러다 90년대 이후 난징(南京) 대학살, 종군위안부 문제 등 각종 피해 보상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40여년 동안 비교적 잠잠하다 90년대 들어서 침략의 책임문제가 터진 것은 그동안 냉전체제가 방패막이로 작용, 피해 보상문제가 거론될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 냉전체제 덕분에 경제의 수직 상승 혜택도 입었다.

그러나 전쟁 책임에 대한 일본내 흐름은 우려할 정도로 심각하다. 니시오 간지, 가토 노리히로 등 보수파 지식인들은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책임을 부정하는 역사수정주의 운동, 즉 근대사를 죄악시하는 자학사관을 떨쳐버리자는 이른바 '자유주의 사관'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국민적 호응도 만만찮다. 이들은 난징 대학살과 종군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의 반일세력에 의한 날조라고 강변하고 있을 정도이다.

다카하시는 이러한 상황을 대단히 위험한 것으로 지적, 일본의 새로운 내셔널리즘을 과감히 비판함과 동시에 전후세대 일본인의 과거에 대한 책임 논리를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내셔녈리즘은 '우리'의 입장에만 집착한 것으로 '우리'를 비판하는 타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며, 전쟁 책임 역시 그동안 일본이 응답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후세대가 져야 할 몫이라고 지적한다. 요구에 대한 응답을 할 것인지 여부는 자의이기도 하나 응답조차 하지 않는다면 신뢰가 상실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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