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휠체어 타고 고추밭 누볐지요

8월 뙤약볕이 기승을 부린 15일 오후, 경북 의성군 옥산면 전흥리에서는 장애인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이 주최한 '제3회 장애인농촌활동에 참가한 70여명의 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14일부터 농촌 일손을 돕고 있는 것.

울퉁불퉁한 밭고랑을 헤치며 고추 따기에 여념이 없는 정운대(49.경북 군위군)씨. 지체 2급 장애인인 정씨는 휠체어를 타고 고추밭을 다니는 게 매우 힘들지만 고추 따기에 몰입, 몸이 불편하다는 생각도 잠시 잊었다. 정씨는 "몸이 성했다면 농부가 됐을 것"이라며 이마를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쳤다.

정신지체장애인 이지미(29.여)씨는 빨간고추만 따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일일이 옆에서 도와줘야 하지만 자신이 남을 돕고 있다는 생각에 즐겁기만 하다.

장애인들이 농촌 일손을 돕겠다고 나섰으나 처음엔 순조롭지는 않았다. 농민들이 일을 맡기지 않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일손을 거들겠다고 했지만 장애인임을 확인한 뒤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이제는 농민들이 스스로 찾아와 고추따기, 홍화씨 나르기 등에 일손을 빌려 달라고 할 정도다.

이 마을 김일태(54) 이장은 좬처음엔 장애인들의 일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거절했지만 성한 사람도 꺼리는 홍화씨 타작에 선뜻 나서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사지 멀쩡한 정상인들보다 삶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와 침시술 등 의료활동도 펼쳐 동네 노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35)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은 농촌봉사활동을 통해 자신감도 얻고 일반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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