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번 동창은 영원한 동창, 보고싶은 동창들

"그럼, 동창생들은 자나깨나 안잊지. 가장 보고싶은 사람들이야".

50년전 고향의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화제에 오르자 양원렬씨(69. 대구사범 50년 졸업)는 깊은 감회에 젖는듯 했다. 양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동창생들 이름을 대 달라는 요청에 신광순, 정동근, 한기춘씨 등의 이름을 열거하다 서보상, 이효기, 홍순영, 홍순상, 목진태, 김창조씨의 이름을 자신의 탁자에 놓인 메모지에 써내려 갔으며 "순영씨와 순상씨는 형제였는데 동창이었다"며 아득한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전쟁 당시 서울대 문리대 수학과 재학중 북으로 간 양씨는 북한에서도 대구사범 동창생 4명과 서울대 동창 등 모두 7명이 자주 모였다고 한다. 모두 김일성대학을 졸업한 이들 중 현재는 양씨와 김일성대 교수인 조주경씨만이 생존해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사망했다.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고향과 동창들 얘기를 했다"면서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라고 회고했다. 양씨는 "나는 연애 경험이 없지만 조씨는 당시 공부도 잘하고 장래도 있으니까 부자집 딸이 부지런히 따라다녔다"며 추억담을 꺼내기도 했다.

해석수학 등 50여권의 수학 교과서와 참고서를 저작해 북한 수학계의 거목으로 지목되고 있는 조주경씨(69)는 양씨와 동기생이지만 월반을 한 때문에 49년에 대구사범을졸업했다. 조씨는 사촌동생인 주찬씨(67)가 메모지를 들고 동창생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자 기억을 더듬어 나갔다. 양씨와 동창이어서인지 조씨가 기억하는 사람들도 양씨 거명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조씨는 홍순영, 한기춘, 신용갑 씨는 자신이 직접 이름을 말했으며 주찬씨가 "정동근씨와 목진태씨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자 "그러냐"고 말했다. 대구시 교육감을 지낸 이성조씨를 거명하자 조씨는 이씨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경북중 31회인 김치효씨(69.대구시 덕산동)도 고향의 동창생들을 생생히 기억했다. "당시 동기생 4명과 그룹을 지어다녔다"며 서채균, 서달주, 최병직, 최재기씨 등의 이름을 또렷히 기억해 냈다. "달주는 당시 한양공대로 진학했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아직 소식을 모르고 있다"며 "찾을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50년도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입학 후 곧바로 소식이 끊겼으며 북한에서는 김일성대학를 졸업한 뒤 줄곧 군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지난 78년 상좌로 제대한 김씨는 현재 북한에서는 뚜렷한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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