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력영웅' 백기택씨의 오열

"오빠,오빠". 15일 오후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코엑스 3층 컨벤션 홀을 찾은 백기택(68)씨는 기다리고 있던 문옥(67)씨 등 여동생 3명과 부둥켜안은 채 한참동안 오열했다.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시라'는 안내원의 그 어떤 말도, 50년이라는 세월의 벽을뛰어넘어 이들 4남매가 이룬 '눈물바다'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넌 누구니"

갑자기 백씨의 시선이 한 구석에 있던 낯선 얼굴에 멈춰섰다.

"오빠, 오빠가 의용군에 입대한 뒤 태어난 오빠 딸이야, 오빠딸"

유복자라는 이유로 외가에 입적돼 호적상으로는 백씨의 조카로 돼 있는 딸 신금옥(50)씨가 그동안 맺힌 한을 이기지 못해 아버지의 품에 안겨 통곡하자 또다시 주변은 울음바다가 됐다.

"아버지 저 금옥이에요, 아버지 딸..."

자신도 모르는 딸이 있었다는 사실에 백씨는 한동안 숨이 멎은 듯 아무말도 잇지 못했다.

"오빠, 오빠가 안와서 엄마가 돌아가셨단 말이야. 왜 이제서야 온거야."

5년전 숨을 거둔 어머니 소식에 백씨는 누이들이 가지고 온 어머니의 생전 사진을 더듬으며 "난 살아계신 줄로만 알았는데 돌아가셨단 말이야"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향인 강원도 화천이 38선 이북이던 6.25 당시 1남5녀중 맏이자 4대독자인 백씨가 18살의 나이로 인민군에 입대한 뒤 소식이 끊기자 전쟁통에 죽은 줄로만 알고있던 남쪽의 가족들은 20년전부터 제사까지 지냈지만 정작 오빠 백씨는 북한에서 축산 작업 및 채소 생산에 눈부신 성과를 거둬 북한 최고영예인 '노력영웅' 칭호까지얻었다.

수십년동안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오빠가 다시 살아오자 가족들은 좀처럼 눈물을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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