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비록 구급차안이지만 절 받으세요", "아이구 늙은 아기가 왔구나".몸이 아파 50년 만에 나타난 아들을 볼 기회를 놓칠 뻔한 노모 2명이 구급차 안에서 30여분간 아들과 상봉, 혈육의 정을 나누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15일 오후 10시30분께 워커힐 호텔 광장앞의 구급차안.
북측 이산가족인 박상원(65)씨는 구급차 안에 누워있는 어머니 민병옥(95.여.충남 천안시 쌍용동)씨의 얼굴을 보자 잠시 머뭇거리다가 민씨의 한복 상의에 달린 명찰을 확인한 뒤 "이게 우리 어머니야"라고 외치며 부퉁켜 안고 눈물을 쏟아냈다.오열하는 아들을 한동안 힘없는 눈으로 물끄러미 쳐다보던 민씨는 그제서야 아들을 만난 사실이 실감이 나는 듯 "우리 늙은 아기가 왔구나"라며 아들의 손을 붙잡고 함께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박씨와 어머니 민씨가 헤어진 것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난 50년.
지독한 생활고 탓에 오빠집에 맡겨 놓았던 아들이 의용군으로 인민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생이별을 하게된 민씨는 평생을 죄책감에 몸부림쳤고 특히 어려서부터 영민했던 아들에게 학비를 대주지 못했던 기억을 가슴에 멍에처럼 지고 살아왔다.당초 이날 오후 단체 상봉장소인 코엑스(COEX) 컨벤션홀에서 어머니를 만날것으로 기대했던 박씨는 허리를 다친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는 바람에 상봉기회를 놓쳤다가 이들 모자의 딱한 사연을 들은 남북 양 당국의 배려로 구급차에 실려 워커힐호텔로 찾아 온 어머니를 가까스로 만나는 기쁨을 맛보았다.
북에서 결혼, 1남 1녀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 박씨는 누워있는 노모에게 "50년만에 절 받으세요, 어머니. 100살까지 꼭 사셔야 해요"라며 손을 꼭잡았고 민씨는 "이번에 만나면 또 만나기 어렵다는데…100살까지 사는게 노래처럼 쉬운 일이냐"라고흐느꼈다.
같은 날 오후 11시 박씨 모자가 탑승한 구급차 옆에 세워진 또다른 구급차안에서도 려운봉(66)씨와 노모 박성녀(91.여.충북 청주시)씨가 혈육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노환이 심해 상봉장에 나가지 못한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당국이 마련한 구급차에 실려 아들을 만나러온 박씨는 50년간 가슴에 묻어두고 있던 아들을 본 순간말문이 막혔는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 지나서야 입을 뗀 아들과 어머니의 입에서는 "어머니 나 알겠시요", "우
리 아들 아니여... (살이 빠져서) 말라붙었네..." 라는 말과 함께 서로 부둥켜 안은채 통곡을 했다.
려씨 모자는 손을 꼭 잡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려씨가 중학교 재학중이던지난 50년 의용군으로 입대하면서 생이별을 한후 반세기만에 처음 만난 사실이 믿기지 않는듯 서로 "살아서 이렇게 만나다니..."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시어머니 박씨를 돌보기 위해 구급차에 동승한 며느리 이소례(53)씨는 "시어머니가 무슨 예감에서였는지 '우리 운봉이 살아있다'하시면서 제사 모시기를 반대하셨다"고 전하고 "노환 때문에 평생을 그리던 아들의 얼굴을 보시지 못할 뻔 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두 노모는 북에서 온 아들을 보기위해 14일 서울로 올라와 남측 이산가족 숙소인 올림픽 파크텔에 여장을 풀었으나 지병이 악화돼 15일 낮 상봉장소인 코엑스에나가지 못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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