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평양 이틀째 표정

서울에서 첫날 밤을 보낸 북측 상봉단은 반세기만에 이뤄진 혈육상봉의 흥분을안고 16일 서울방문 이틀째를 맞았다.

북측 방문단이 머물고 있는 쉐라톤 워커힐호텔 7·8층 객실에는 먼동이 트기 전부터 하나 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 50년만에 서울의 아침을 맞는 북측 방문단의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북측 방문단원들은 대부분 밝은 표정이었고 호텔에서 이들을 알아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등 한층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특히 몇몇 방문단원은 눈이 퉁퉁부은 모습이어서 전날 상봉의 감격을 대변했다.오전 7시부터 아침 식사를 위해 객실에서 호텔 식당으로 내려온 방문단원들은 전날 가족을 만난 감흥과 서울에 대한 소회, 이날 예정된 '서울 나들이'와 남쪽 가족과의 개별상봉 등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아침식사는 은대구구이, 사골우거지탕, 삼색전, 김치 등 전날과 마찬가지로 한식이 제공됐으며 대부분 방문단원들은 음식을 남기지 않고 거뜬히 밥그릇을 비웠다.

유미영 북측 방문단장은 한식을 먹다가 이를 물리고 샌드위치와 커피를 달라고 해서 먹었다고 호텔측은 밝혔다.

공훈배우 출신 박섭(74)씨는 "가족을 만난 기쁨에 밤 12시까지 잠을 못이뤘지만(잠)자리가 좋아서인지 어느새 잠이 들었다"고 서울에서의 첫밤을 보낸 감흥을 밝혔다.

어머니를 만난 박량선(68·여)씨는 "내가 우는 모습이 TV에 방영됐다고 기자들한테 들었는데, 정작 나는 보지 못했다"며 "너무 많이 울어서 밤에 잠을 계속 설쳤다"고 말했다.

동생을 만난 오경수(70)씨는 "아침에 거울을 보니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며 "내얼굴이 바로 이산의 아픔"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어머니를 만났던 평양 음악무용대교수 김옥배(62·여)씨는 "어머니께서 제가 시집갈 때 주려고 산 반지를 40년동안이나 끼고 있다가 어제 끼워주었다"며 물결문양이 새겨진 금반지를 내보였다.

동생을 만난 원용국(71)씨는 "어제는 지나간 회포를 풀었지만 오늘은 앞으로 잘살아가자는 구체적인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김홍래(67)씨는 "오늘 개별상봉시 동생들이 아버지 영정을 가져오면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며 개별상봉을 고대했다.

16일 오전 아침식사를 위해 워커힐호텔 지하 1층 썬플라워룸으로 내려온 북측방문단들은 정장일색이던 전날과는 달리 상당수가 한층 편한 평상복 차림으로 모습이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민복 하복을 떠올리게 하는 반팔차림을 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아래위 색깔이 똑같은 이 옷차림은 북한에서 소위 '남방에 셔츠'라고 통칭되는것.위에 입은 셔츠는 보통 반팔남방과 크게 다를게 없지만 목이 많이 파진 V네크에 양 옆으로 가늘고 긴 칼라가 달려있으며 바지밖으로 내입는 것이 보통이다.

북한에서 '남방셔츠'란 넥타이를 매지 않게 돼 있는 캐주얼한 반팔남방을 특정지어 일컫는 말.

바지는 남방과 같은 색깔로 맞추는 것이 보통으로 색상은 주로 회색과 카키색계열이 주류를 이룬다.

이는 간편하고 캐주얼해 연령층의 구분없이 북한 남자 주민들이 즐겨입는 여름철 옷차림.

평양에서의 감격적인 첫밤을 지낸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들은 대부분 16일 아침일찍 일어나 침구정리와 세수를 한 뒤 오전 7시 30분부터 고려호텔 2층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이날 아침 식탁은 완두콩밥에 된장국, 계란 프라이,두릅무침, 녹두죽, 쇠고기장조림, 조개두부지지개(찌개), 창란젓갈, 김치등 전통한식으로 차려졌고 후식으로는 자두와 떡, 케이크, 배단물등이 나왔다.

아침식사를 끝낸 남측 이산가족들은 "옛날 어머니가 해주시던 맛 그대로다"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방문단들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북측 안내원들의 친절하고 부드러운 태도에 나타내면서 아침식사를 마친 뒤 호텔시설 곳곳을 둘러보는가 하면 호텔안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가 주변과 평양시내 거리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근하(71·경기도 시흥시 신천동) 할아버지는 15일 상봉 이후의 충격 때문에 밤사이 심한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는 등 폐렴 증상을 보여 이날 아침 팔에 링겔을 꽂은 채 식당에 나타났다.

이씨는 이날 식사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북한병원에 실려가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하기도.

15일 남측가족들과 반세기만의 감격적인 만남을 가진 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은 상봉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듯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코엑스에서 상봉을 마친 북측일행 151명은 밤 9시55분께 유미영 단장이 탄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선두로 숙소인 워커힐호텔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차례차례 내린 이들은 박수를 치면서 로비쪽으로 걸어들어왔고 기다리던 호텔 직원과 숙박객 등도 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이들은 가족상봉의 감동이 마음을 풀어놓은 탓인지 출발때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이었고 많은 이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거나 일부는 손에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걸음걸이는 지친듯 다소 느렸지만 만면에 미소는 잃지 않았다.

당초 호텔 귀환과 동시에 객실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 예정이던 북측 상봉단은 예상과는 달리 계단을 이용 2층 뷔페식당으로 들어가 자체 모임을 가졌다.

10시30분께 모임을 마친뒤 북측의 한 관계자는 "내부 사업인데 굳이 알려고 드느냐. 오늘 사업총화를 했고 내일 일정에 대해서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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