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눈물 바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면/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 더이다' 하겠나이다…" 일제당시 민족시인 노작(露雀)홍사용(洪思容)은 눈물을 어머니가 최초로 자식에게 준 세상에 가장 지고지순한 사랑이라 묘사했다.

금세기 최고의 '휴먼 드라머'로 일컬어지는 8.15남북이산가족의 만남은 말 그대로 눈물의 바다였다. 이산가족이 만난 서울과 평양에서만 눈물의 홍수가 난 것은 아니었다. 감격의 상봉을 TV로 지켜본 내외의 한민족 모두가 눈시울을 적셨고 심지어 외국의 취재진들마저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한민족의 눈물바다는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통한을 쏟아놓은 것이었지만 그것은 남북이 적대해온 세월속에서도 같은 할머니 같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사랑이 끓어오르고 있었음을 확인해준 것이다.

꿈속에서나 불러보던 "아버지" 그 아버지를 수없이 부르면서 눈물이 범벅이 된채 아버지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딸, 서울에서 온 남편이 평양의 아내에게 눈물로 끼워준 금가락지, "넌 누구니?"하고 낯선 얼굴로 맞이한 유복자 딸과 상봉한 북에서 온 아버지의 통곡은 어찌 그 눈물을 말과 글로서 형용할 수 있을지.

어제 한민족이 흘린 바다같은 눈물은 한민족의 소원이 무엇인지를 가장 위대하게 표현한 언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땅,이 겨레의 모든 지도자들은 민족의 눈물을 닦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업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제 어떤 이유로도 이 땅이 더이상 눈물의 골짜기가 되어선 안된다.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을 부정하는 죄악이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눈물로 하나된 날, 그속에서 웃음으로 하나되는 날을 그려보는 8.15였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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