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농산물 수입량이 크게 늘면서 대표적 수입기업인 LG 등에 대한 농민단체의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하나로클럽, 하나로마트 등 농협 유통점포들이 곤경에 빠졌다.
지난달 말 경북 안동에서 전국 처음으로 시작된 LG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17일 경북 영천으로 확대돼 농민단체, 시민단체, 청년단체 등이 참여하면서 농산물 수입 대기업제품 불매운동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농협 유통점들이 곤혹스러운 것은 농협이 LG 전제품을 취급하지 말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농산물 수입 업체 때문에 국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한 마당에 대기업 공산품을 농협매장에서 팔아 이들을 살찌우는 데 농협이 나서서는 안된다는 게 농민단체의 주장.
이런 가운데 경북 안동의 8개 농협 하나로마트는 LG 제품을 불매하기로 결정하고 입고된 물건을 창고에 쌓아둔 채 판매를 거부한 상태다.
대구의 농협 대형매장인 성서하나로클럽과 대구하나로클럽은 안동에서 시작된 LG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대구하나로클럽 한 관계자는 "농민이 조합원인 농협이 농산물 수입 업체의 물건을 팔지말라는 조합원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상당히 난감하다"며 "농민들의 불매운동이 농협매장으로 확대되면 추석 특수를 앞둔 이들 기업의 선물 매출은 상당히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품 물류를 맡고 있는 농협하나로클럽 경북사업소 오동석 과장은 "LG 제품 취급 여부는 일단 개별 하나로클럽.마트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며 "LG가 이번 사태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물류 차원에서 발주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수입오렌지를 국내에 들여오기도 했지만 제주산 감귤을 외국에 수출한 것도 우리 기업"이라며 "LG상사가 벌인 일 때문에 전자, 화학, 식품 쪽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16일 농협중앙회는 서울 본부에서 임직원, 농민 1천500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 모든 점포에서 수입 농산물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농협은 외국 공관들이 '준공공기관 농협이 수입농산물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자유무역정신을 어기는 일'이라고 반발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全桂完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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