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서 꼭, 꼬옥 다시 만날수 있을까

3박4일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18일 북으로, 남으로 돌아가는 이산가족방문단과 이들을 떠나보내는 남쪽과 북쪽의 가족들은 또다시 시작될 이별이 얼마나 오래갈지 일일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채 가슴만 쥐어뜯으며, 애절하게 헤어져 분단의 고통을 7천만 겨레의 가슴에 되새기게 했다.

아들 리종필(69)씨를 떠나보내는 백수(百壽)의 노모 조원호씨는 "개성관광길이열리면 첫번째로 가서 만나기로 수십차례 약속을 했다"며 "그 때까지 꼭 살아야 할텐데 걱정"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워커힐 호텔앞 환송행사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다시 맞댄 북측 방문단 박상업(68)씨와 동생 상우(61)씨도 "곧이어 끊겼던 경의선 철도가 다시 열린다고 하니그때가 되면 서로 가족들을 개성으로 데려와 모두 함께 만나자"며 굳게 약속했다. 일흔이 훌쩍 넘어버린 오빠 김정태(75)씨의 뒷모습에서 한참동안이나 눈을 떼지못하던 김귀정(71.여)씨는 "1년전 아들로부터 선물받은 금강산 관광티켓을 지금까지아껴뒀다"며 "오빠와 같이 금강산을 찾을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며 눈을 붉혔다. 서신교환이 가능해질 것에 대비, 서로의 주소를 교환하거나 이산가족면회소 설치시 제일 먼저 신청해 꼭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형 박재영(71)씨를 다시 보내는 남동생 재윤(52)씨는 "형님이 연락할 수 있을때까지 몇 년이고 이사가지 않고 이 곳에 살며 기다리겠다"며 적어놓은 주소를 고목같은 형의 손에 꼭 쥐어주며 못내 아쉬워했다.

호텔 앞마당 양쪽에 설치된 포토라인 사이로 서로 몸을 굽혀 마주한 북측의 리강준(67).강희(59.여)남매는 "면회소가 설치면 제일 먼저 신청할테니 그때까지 꼭건강하게 살아남자"며 한참을 부둥켜 안은 채 눈물을 쏟아냈다.

떠나기 하루전 남쪽에 남겨둔 부인 김옥진(77)씨를 극적으로 상봉한 하경(74)씨는 "다음에는 고향 선산에서 부모님께 성묘하면서 가족들과 만날 것"이라며 "부모님영정을 앞에 두지 않고는 가족들과 재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부모님 산소를 찾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상봉을 얼마 앞두고 남한의 노모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던 문병칠(68)씨는"다시 만나려면 꼭 건강해야 한다"는 막내 여동생 병선(55)씨의 손을 꼭 쥐고 건강을 위해 평생 끊지못한 줄담배를 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한편 환송나온 일부 가족들은 '할아버지 또 만나요','할아버지, 우리를 기억해주세요','38선이 미워요','만날 때까지 꼭 건강하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와 살아남아서 다시 만날 것을 간절히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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