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인 고은-오영재 통일시정 나눠

"우리는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시의 혈육이됩시다" "같이 시의 낙원을 건설하지요". 17일 저녁 북측 이산가족방문단을 위한 만찬이 벌어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그랜드 볼룸 오른쪽 끝에서는 남북의 대표적인 시인 2명이 얼굴을 마주한 채 시를 통한 교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분단 50년만에 남북간 문학교류의 물꼬를 트게 할 시금석이 될지도 모를 이날만남의 주인공은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원인 계관시인 오영재(64)씨와 남한의 대표적인 시인 고은(67)씨.

오후 6시30분부터 박재규(朴載圭) 통일부장관 주최로 열린 만찬에서 두 시인은이웃테이블에 앉아 있는 상대방을 거의 동시에 발견한 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팔을내밀고 힘차게 포옹했다.

오씨는 "남북정상회담때 평양서 시낭송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만나 뵙고 싶었다"고 인사말을 꺼냈고 고씨는 "남북작가회담이 무산되던 지난 91년 남긴 '빈자리'라는 시가 너무 좋아 액자로 만든 뒤 10년간 벽에 걸어놓고 읽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오씨가 북한담배 '락원'을 권하자 고씨는 "22년전에 담배를 끊었지만 오선생께서 권하신거니 피우겠습니다"라며 담배를 입에 물었고 답례로 백세주를 권한 고씨에게 "남측 안내인이 '백병을 마시면 백살까지 장수한다'고 들은 뒤 백세주 백병을 사서 돌아가서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후 이들 사이에 계속 술잔이 오고가는 가운데 고씨가 "남북 작가회담이 무산된 경험이 있지만 앞으로 시 교류를 통해 함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고민과 토론을하자"며 제의하자 오씨가 "좋다. 같이 창간한 잡지에 서로의 시를 실을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라며 술잔을 부딪치는 가운데 '통일의 서정'은 한껏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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