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왜 이제서야 온거야"50년만에 아내를 찾아 남으로 온 남편, 재혼했다는 마음의 빚때문에 그리운 남편을 만나러 선뜻 나서지 못했던 아내가 벌인 '2박3일'간의 숨바꼭질은 결국 '해피엔드'였다.
지난 15일 코엑스에서 문기(55)씨 등 아들 3형제와 만나 눈물바다를 이뤘지만만남을 거절한 부인 김옥진(78)씨와는 핸드폰 통화로 만족해야 했던 하경(74.촬영기사)씨.
김씨는 재혼의 부담때문에 머뭇거리다 16일 개별상봉때는 용기를 내 상봉장인워커힐호텔을 찾았지만 인원제한에 걸려 또 만나지 못했다.
상봉 마지막날인 17일 하씨의 심정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마누라가 안 오려나. 한번이라도 보고가야 할텐데. 애들말로는 오늘은 온다고했는데.."
오후 3시30분께 창덕궁 관광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숙소인 워커힐호텔로 돌아온하씨가 호텔 로비를 들어서는데 한 할머니가 손을 내밀었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지만 어둡기만 하던 하씨의 표정이 이내 바뀌었다.
"애들 엄마같은데"
잠시후 아들 3형제와 여동생 철휴(66)씨가 객실문을 열고 들어섰다.
"너희 엄마는 안오냐?"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곧 오실거예요"
10여분간 취재진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상봉이 이뤄지자 이를 따돌리기 위해 부인 김씨는 뒤늦게 나타나기로 한 것이었다.
마침내 그리도 애태우던 김씨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50년만에, 그 50년보다 더 길었던 하씨의 서울 방문 사흘만에 노부부는 감동의포옹을 나누었다.
"당신이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고 해서 꽤 섭섭했어"(하경) "미안해서 그랬지요.이제 왔잖아요"(김옥진) "늦게라도 와주니 고마워"(하경)
"6.25때 떠나간건 가고 싶어서 간거예요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그런거예요"(김옥진) "미안해, 미안해"(하경)
눈물은 잠시, 연애결혼을 했던 이들은 반백년 지나버린 옛기억이 떠오르기라도하는 듯 두손을 꼭 잡고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이들 부부는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입을 맞추기도 하더니 하씨가 부인을 꼭 껴안았다.
50년만에 아내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김씨는 남편에게 준비해온 선글라스를 끼워줬다.
가족들은 이들 부부를 위해 조용히 회포를 풀라며 10여분간 자리를 피해주기도했다.
어느덧 1시간30여분이 지나자 이별의 시간이 왔다.
어렵게 만나 쉽게 헤어져야한 이들 부부는 '사랑한다'는 말로 서로를 다시 떠나보냈다.
노부부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저몄지만 그래도 '만났다'는 감격이 더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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