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출신 방한가족 표정

18일 다시 평양으로 돌아가는 북측 방문단은 이날 워커힐 호텔을 출발하기전 숙소에서 3박4일간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

0..."좋으면 뭘해..만나자 이별인데.."

50년만에 재회한 남편 이복연(73)씨를 다시 떠나보내야 하는 이끝남(70.안동시 동부동)씨는안타까운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다. 남편 이씨도 "인제가면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라며 눈주위를 훔쳤다. 지걸(53)씨와 호걸(50)씨는 "안동의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가고 싶다는 아버지의 소원이 이뤄져야 할텐데.."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두 아들은 「이복연 아버님 고향 방문환영 2000.8.15 아들 이지걸 이호걸 드림」이라 는 글자를 새긴 기념수건 100장을 만들어 북으로 돌아가는 아버지에게 선물하고 고향 친지들에게도 돌렸다.

0...봉화군 내성면이 고향인 홍두혁(67)씨는 창덕궁 관람에 나서 "50년만에 비원을 찾았다"며 "모양이 예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있어 옛날 생각이 난다"며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해방전 성균관대 후문 교직원 청사 바로 뒤에 살아 비원에도 자주 왔다"면서 "어휴 저 담장만 넘으면 고향집인데 당장에라도 넘어가보고 싶지.."라며 눈을 감았다.

0...김천이 고향인 황의분(84)씨는 창덕궁을 관람하면서 북측 방문단 중 최고령자인 자신을 부축하는 남.북 양측의 안내원들에게 "힘들면 좀 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다.

0...영주시 이삼면이 고향인 권중국(68)씨는 돌아가야 되는 심정을 묻자 "시간이 짧아 아쉽지만 합의한 걸 어쩔 수 있나"라면서 "통일이 될 그날까지 기다릴 수 밖에..."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김천시 남산동이 고향인 권영규(74)씨도 "똑같아. 민족이 같은데..."라며 통일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0...영양이 고향인 조주경(68)씨의 어머니 신재순(89)씨는 마지막 오찬자리에서 "슬퍼서 눈물이 나고 기뻐서 눈물이 나고 그런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아들 조씨의 손을 놓지 않았다. 신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손자들을 보고싶은 듯 "위가 딸이지"라고 물었고 이에 조씨는 "딸 둘에 아들 둘"이라고 대답했다. 조씨는 "너무 빨리가 아쉽다. 조금 오래 봤으면 싶은데..."라면서 "어머니가 같이 살자고 그래요...통일되면 볼 수 있겠지..."라며 기약없는 훗날을 약속했다.

0...대구시 남산동이 고향인 최봉남(70)씨는 창덕궁을 돌아본뒤 "우리 선조들의 건축술이 매우 높았다. 이러한 문화궁전을 잘 보전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최씨는 또 "1시간 밖에 안되는 거리를 50년간 편지 한 장 없이 살았다. 장군님의 배려로 이렇게 만나게 돼 꿈만 같지만 또다 시 헤어져야 한다니 가슴이 아려온다"고 50년만에 만난 언니와 동생 조카 등과 다시 생이별해야 하는 아픔을 표현혔다..

0...영양군 석보면이 고향인 박재영(71)씨는 "서울에서 양정중학 5학년때 의용군에 입대한 뒤 50년만에 창덕궁에 와 보게 됐다"면서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하나도 변한게 없는 것 같다"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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