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들아 여기서 같이살자"-이산가족들 부여안고 오열

"누가 또 우리를 갈라놓는다는 말이냐", "이렇게 너를 다시 보낼 수는 없다"반세기 기다림 끝에 3일간의 짧은 만남을 끝내고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고해야 하는 남북 이산가족들은 예정된 상봉시간이 끝나도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 넘쳤던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 호텔 상봉장은 북측 상봉단의 귀환을 하루 앞두고 어느덧 이별의 슬픔으로 또한차례 통곡과 눈물의바다로 변했다.

이산가족들은 50년만에 어렵사리 잡은 혈육의 손을 차마 놓지 못한 채 울부짖다시피했다.

왜 몰랐을까. 상봉의 기쁨보다 이별의 아픔이 더 크다는 것을.

눈물을 머금은 채 "어머니,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라며 마지막 절을 올리는 머리 하얗게 샌 북녘 아들 조주경(68.김일성대학 교수)씨에게 미수의 어머니 신

재순씨는 "아들아, 여기서 같이 살자"며 손을 꼭 쥔 채 눈물만 흘렸다.

북의 아들 서기석(67)씨가 "어머니, 북으로 가시지요"라며 가족들과 헤어지기싫은 심정을 드러내자 어머니 김부산(87.충남 공주시)씨는 "갔다가 바로 돌아올 수있으면 모르지만 남쪽에 두 아들을 두고 어떻게 가느냐"며 슬퍼했다.

박보배(91.전북 전주시 덕진구)씨는 북의 아들 강영원(66)씨와 '마지막 식사'를함께 하며 "어머니 점심 맛있게 드세요. 많이 드시고 건강하셔야 해요"라고 하자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북측 여성박사 1호인 김옥배(68)씨는 상봉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에 탄 어머니홍길순(88)씨에게 큰 절을 올렸으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하자 "어머니"라고 외치며 다시 어머니 품속으로 달려들었다.

차운선씨도 북에 온 아들 김호근(70)씨와 어쩔 수 없는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또 나혼자 살아야 하느냐"면서 "보내주고 싶지 않아..."라며 눈물을 보였다.

오빠 김홍래(67)씨를 만난 여동생 남일(59)씨는 "오빠를 두 번 떠나 보내는 기분"이라고 아쉬워했고, 북 화가 민창근(67)씨는 "어머니를 잘 모시라"며 목메인 목소리로 남쪽 동생들에게 당부했다.

이순엽(73.여)씨는 북의 동생 봉순(66)씨에게 "오래 살아야 다시 만나지"라며입고 있던 웃옷을 벗어주고는 "북에 가져가서 따뜻하게 입으라"고 말했다.

리복연(73)씨의 누나 순인(79)씨는 오찬을 마친 뒤 동생이 먼저 객실로 돌아가자 "함께 식사하던 동생이 어디로 갔느냐"며 동생이 타고 올라간 엘리베이터 앞에서"한번만이라도 더 만나게 해달라"며 호소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북의 남동생 치효(69)씨를 만난 김귀조씨는 "너무 섭섭해, 50년에 3일이라니..."라며 끝내 통곡했다.

또 민중기(35)씨는 처음 본 북에서온 큰 아버지 민병승(69)씨가 만찬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자 차창쪽으로 다가가 손을 뻗쳐 차안의 큰 아버지와 손을 맞대고 "건강하셔야 합니다"라고 눈물로 인사했다.

리상운(67)씨는 상봉을 마치고 돌아가는 남한의 두 조카와의 이별이 못내 아쉬운 듯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에서 호텔로비까지 내려와 한참동안 부둥켜 안고 울다가 천근같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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