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와 만엽집의 고향인 나라지방의 답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은 마침 광복절이었다. 한반도는 울음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雨歇長堤草色多/送君南浦動悲歌/大同江水何時盡/別淚年年添綠波(비 갠 긴 강둑에 풀빛 푸른데/ 임 보내는 남포에 슬픈 노래여/ 대동강 물이야 언제 다하리/ 해마다 이별 눈물 보태는것을)
우리 한시 가운데 최고의 절창인 정지상의 송인(送人)이 떠오른다. 한 맺힌 한강물이 눈물 더하고 있듯이 대동강물도 임을 보내며 이별 눈물 보탰던 그때처럼 만남과 이별의 눈물, 더하고 있을 것이다.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국사 책 속에 들어있는 땅. 그러나 내가 아련히 짐작해 보고픈 북녘은 '김정일 장군님의 은덕으로 아이들이 잘 크고 잘 사는'그런 피폐한 이데올로기의 천국은 아니다. 송도삼절의 땅, 서희의 땅, 상상의 세계와 그 속의 영험한 동물들. 반수반인의 존재물들 티 이상 아름다울 수 없을만큼 빼어난 고구려의 벽화를 그려낸 찬란했던 문화의 땅, 그런 곳이다.
일본에 남아있는 고구려, 백제, 가야, 신라의 자취를 찾아 답사에 동행했던 동국대 사학과 윤명철 교수는 그들이 개척해간 한(韓)·당(唐)·(日)에 걸친 광범위한 해로와 육로를 짚어가며 '역사는 미래학'이라는 것을 답사 내내 강조해 갔다. '미주, 유럽연합과 같이 뭉치고 있는 세계 속에서 동북아시아도 중국, 일본, 한국이 서로 협력체를 구성하여 미래사회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말씀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비행기 트랩을 내리는 순간 격변의 물결이 내 몸을 휘감아 오는 듯했다. 만남은 새로운 시작이다. 울고 있을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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