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계인사 오찬 대화록(요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7일 낮 이현재(李賢宰)학술원 회장과 대학총장 등 학계인사 12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변화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김 대통령과 학계인사들간 대화 요지.

▲김 대통령 서두발언=김정일(金正日) 위원장에 대해 과거 남한에서 묘사한 것이 제대로 된 것이 아니었다. 어느 외신기자가 어느 정도의 이성과 판단력을 갖고있는 능력있는 지도자라고 한 말을 들은 일이 있는데 이번에 보니 그게 옳았다. 언론에 '김정일 대항마'가 있느냐는 얘기가 있어 놀랐다.

나는 이제 김 위원장을 알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모르지만 선입관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보려는 것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아주 머리가 좋다. 이론적이기보다는 즉흥적이다. 옳다고 생각하면 생각을 곧 바꾼다. 또 자상하고 윗사람을 위하는 자세를 보였다. 내가 다리가 불편하다고 해 내 숙소에서 대화를 했다.

남북관계는 곡절이 있지만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이 이제 U턴을 하기는 어렵다. 너무 많이 노출되고 (우리가) 진출했다. 북한 국민들에게 우리를 너무 많이 알려줬다.

제일 중요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 정권의 안정인데, 안정돼있다. 그러나 경제는 과거 협력하던 소련과 동구가 없으니 굉장히 어렵다. 결국 남측의 협조가 없으면 힘드니 그렇게 나온 것이다. 북한이 필요성에 의해 개방하지만 체제에 대한 딜레마가 있다. 안정된 변화를 위해서라도 서둘러서는 안된다. 북한이 차분히 소화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학계인사) 군사주권 포기는 합리화하기 어렵다. 한국군 전시작전권 환수가 필요하다.

▲김 대통령=남북간에는 우선 군사직통전화나 국방장관급 회담, 현역군인 왕래 등 서로 이해하고 돕고 불시에 사고를 막는 것을 당면목표로 하고 있다. 미군의 지휘권 변동은 4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전쟁종식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군 지휘권 문제는 자연히 해결된다.

-남북관계는 범국민적 합의를 창출하기 위해 초당적 합의가 더 중요하다. 야당총재와 정치인의 북한 방문 지원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김 대통령=야당의 방북 추진은 지금도 하고 있다. 북에 야당 초청을 권하고 현재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북한을 가는데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누구에게도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대북지원 연구사업비가 감소돼 신뢰성 문제가 있으며 연구비의 투명성 확보도 문제가 되고 있다.

▲김 대통령=신뢰가 중요하다. 연구비를 투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철저히 투명하게 쓸 수 있도록 정부가 할 것이며 학계도 양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학술관계 교류가 논의됐는가.

▲김 대통령=학술교류는 절대로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문화가 같기 때문에 한민족이다. 문화·예술·민속문제 등과 학술·역사 등에 대한 공동연구가 활발하게 왕래하면서 이뤄져야 한다. 학문과 예술은 정치성이 적어 협력이 잘 될 것이며 그런 과정에서 동질성이 회복될 것이다.

-정상회담과 장관급 회담에서 과학기술 기초의 교류에 대한 문을 열어달라.

▲김 대통령=기초과학도 북한에 발달된 분야가 있으며 공동으로 협력하면 남북 과학이 접목해서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산가족으로부터 시작해 문화예술이나 일반관광, 대북투자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왕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 다만 모든 것은 분수와 국민들 정서에 맞게, 또 북한의 감당여건에 맞게 신중히 차분히 해나가야 한다.

이산가족 100명씩의 교환도 결과가 좋아야 한다. 그래야 북쪽도 안심하고 할 것이다. 이제 과거 냉전시대 말을 해서 부작용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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