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날 두고 어디 가냐 노모 절규속 작별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 중 어머니의 생존을 확인하고도 만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북측 상봉단 양한상(69)씨가 평양으로 떠나기 직전인 18일 새벽 4시께부터 30여분간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천신만고 끝에 어머니 김애란(87)씨를 만났다.

양씨는 서울 도착 이후부터 50년만의 모자상봉을 간절히 소망해왔지만 모친이 심한 빈혈과 어지럼증으로 차조차 탈 수 없어 상봉장인 코엑스나 쉐라톤 워커힐호텔에 나타나지 못해 그동안 상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양씨는 17일 오후 어머니가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택을 방문할 수 있도록 선처해 줄 것을 남북적십자사에 부탁했으나 지정장소내 상봉 원칙을 내세운 남북 당국의 입장으로 불가통보를 받고 쓰라린 좌절감만 느꼈다.

하지만 두 모자를 상봉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남북 양측이 간밤에 계속 절충을 시도, 결국 병원에서 만나도록 하자는 극적 타협을 이끌어 냈다.

이날 양씨 모자 상봉에는 한종(64), 한정(62.여), 한호(58)씨 등 양씨 동생 3명이 동석했다.

병상에 누워 아들을 만난 어머니 김씨는 양씨를 보자마자 "이게 누구냐. 왜 이리 늦었냐"고 물으며 50년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고, 양씨도 "저, 한상입니다. 연락도 드리지 못하고 장남 구실도 못해 죄송합니다"며 큰 절을 한 후 모친을 부둥켜안고 30여분 내내 흐느꼈다.

상봉을 마치고 양씨가 숙소로 떠나려 하자 김씨는 "가지 마라, 날 두고 어디가냐"고 말해 상봉장은 또 다시 눈물바다를 이뤘다.

워커힐호텔로 돌아온 양씨는 오전 8시께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하기 직전, 가족들이 전해준 핸드폰으로 다시 한번 어머니와 통화했다.

양씨는 "고맙습니다 어머니. 갔다가 금방 오겠습니다"라며 "올때까지 꼭 살아계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양씨는 어머니와의 작별인사를 마친 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평양으로 향했다. 특별취재단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