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8월 24일 중국 서부 싼시(陝西)성 푸펑(扶風)현. 먹구름이 짙게 깔리면서 천둥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계속되는 가을비로 모든 하천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오전 10시 비바람이 더욱 거세게 몰아치는 순간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벼락이 내리쳤다. 법문사의 13층 팔각 석가모니 진신사리탑의 서쪽 면이 마치 예리한 칼날로 내리친 듯 맨꼭대기부터 절반이 무너져 내렸다. 명(明)대에 한 차례 붕괴된 이후 4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진신사리탑의 붕괴소식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남은 탑의 반쪽도 1986년에 완전히 허물어지고 말았다.
싼시성 정부는 보탑을 재건하기 위해 탑의 기반과 부근 유적지에 대해 발굴과 정리작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해 고고학 발굴대를 조직했다. 발굴대는 1987년 탑의 기반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황토 아래에서 수직굴을 발견, 조심스레 삽을 꽂았다. 삽날에 대리석에서나 볼 수 있는 특이한 가루가 잔뜩 묻어나 발굴대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천년동안 숨겨져 있던 지하궁일까?'
계속해서 파낸 흙더미 속에서 흙으로 빚은 불상의 팔과 머리 부분이 함께 올라왔다. 그런데 흙더미 속에는 담배꽁초와 사탕봉지, 땅콩 껍질 등도 발견됐다. 마오쩌뚱(毛澤東)의 얼굴이 새겨진 동그란 배지도 있었다. 도굴당한 것이다. 발굴대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발굴대원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단단한 물체와 부딪치는 소리가 삽 끝에서 전해져왔다. 진흙 속에 묻힌 석판을 들어내고 안을 들여다본 한 발굴대원은 비명을 질렀다. 그는 "금벽, 휘황찬란한 금벽이야!"라고 소리쳤다. 흥분한 사람들은 몇 차례 논쟁 끝에 작은 틈 안으로 보이는 거대한 공간이 분명 전설로 전해지는, 잃어버린 천년의 지하궁이라고 결론지었다.
비로소 법문사 지하궁이 열리고 천년 동안 묻혀 있던 불교계의 보물인 부처님 진신사리와 당(唐)나라 왕실에서 공양물로 올린 1천여 점의 진귀한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궁궐에서 쓰던 완전한 다구세트와 금으로 수놓은 측천무후의 자수 치마, 세밀하게 배치된 당밀 만다라 등이 눈 앞에 펼쳐지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30여일에 걸친 발굴작업 끝에 마침내 진귀한 문화재가 모두 완전한 상태로 정리돼 특별한 장소에 보관됐다.
'법문사의 비밀'(유소영 심규호 옮김,일빛 펴냄)은 법문사 지하궁의 고고학적 발굴과 그 자료를 근거로 불사리 발견과 관련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 웨난(岳南)은 여러 편의 고고학적 발굴기를 발표한 작가. '진시황릉' '황릉의 비밀' 등 역사다큐멘터리를 선보여 이 분야에서 이름난 작가다. 웨난과 함께 공동집필자인 상청융(商成勇)은 법문사에서 발견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티프로 중국 역사, 특히 당나라 역사를 숨가쁘게 그려낸다. 법문사가 융성할 수 있었던 당시의 사회적·역사적 토대와 중국 불교의 유입, 발전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책은 법문사 지하궁이 발견된 후 쏟아져 나온 여러 작품들 가운데 법문사와 관련된 사실들을 가장 구체적이고 탁월하게 묘사한 고고학적 발굴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문사 지하궁은 중국 당나라 문화에 대한 가장 중요한 고고학적 발견으로서 그 종류나 품질, 그리고 예술적 측면 등에서 세계적으로 희귀한 것들이다. 한위(漢魏)시대에 처음 건설되기 시작해 중국의 4대 불교 승지로 이름높은 법문사. 천년 세월동안 땅 속에 묻혔던 불사리의 비밀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