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산하에 '월드컵문화시민협의회'라는 시한부 관변단체가 있다.
이 협의회가 최근 월드컵 종합운동장 관람석과 조형물, 시민나무동산에 '이름새기기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히고 대시민모금 운동에 들어갔다.
5만원을 내면 관람석(3만석)이나 조형물(1만6천명)에, 20만원이면 나무동산(7천500그루)에 자기이름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이 모금운동에 주최측이 장담하는 최대 참여인원은 5만여명, 모금액 38억원. 그러나 접수가 시작된 지 10일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신청된 것은 고작 10여건. 대입원서창구처럼 막바지에 신청자가 쏟아질진 몰라도 현기류로 볼 때 5만명 이름걸기 목표달성은 물건너간 듯해 안타깝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대구시
대구시민들의 성금에 대한 열의는 전국 어느 도시와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성금단체가 밝힌 인구대비 성금기탁률은 번번이 대구가 최고여서 못살아도 정많은 시민으로 통할 정도다.
이렇게 다정한 대구시민들이 유독 이번 모금운동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주최측은 먼저 시민들이 왜 이번 모금운동을 두고 '또 모금이냐''모금이 능사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지 그 이유부터 제대로 짚어야 할 것 같다.
대체적인 비난여론은 이번 모금운동의 실질적 주체가 관(官)이라는 사실과 모금방식이나 성금사용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툭하면 모금으로 예산확보
주최측은 이 모금운동으로 모인 성금을 월드컵 경기장 주변시설 및 환경정비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대구시가 이 모금행사를 예산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기획했다면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고 단순히 시민참여 분위기 확산 차원이라면 모금단가를 낮춰 '적은 부담 다수 참여'쪽으로 궤도수정을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이처럼 큰 행사예산은 당연히 중앙정부와의 교섭에서 확보해야지 지역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또 이름새기기 운동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찮다. 관람석이나 나무동산에 어떤 식으로 명패를 내걸지 몰라도 이름석자에 5만원, 20만원이라면 성금차원은 아니라는 것.
어쨌든 이번 모금운동은 취지는 좋으나 명분이 약해 관이 너무 경솔하게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불경기 감안 중앙정부와 교섭해야
월드컵에 이어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 대구유치는 대구시가 해외로 눈을 돌려 자력 성취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 U대회 유치로 내년부터 대구에선 매년 한차례씩 굵직한 국제대회가 예약돼 지금껏 구호에만 그쳤던 대구국제도시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구시도 이 겹친 호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겠지만 지역민 대상 모금활동만은 지양해야 한다.
시민들은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지역 불경기의 끝간 데가 보이지 않아 심신이 지쳐 있다.
대구시는 시민들이 최대 최선의 지원자이자 동업자임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변제우.경제부장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