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고교 동기회에서 법조계 친구를 만났다. 왼쪽 눈 주위에는 멍든 자국이 있었고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학창 때부터 두통·구토로 고생을 많이 했던 그 친구가 몇년 전부터는 어지럼증까지 종종 발생, 근무에 지장이 많다고 했다. 며칠전 새벽에 일어나던 중 어질어질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것이었다.
병원 응급실에서 MRI·심전도·혈액 검사 등을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뇌로 가는 혈관이 일시적으로 좁아져 혈액 공급이 원활치 못해 의식을 잃었으므로 안정을 취하라는 처방만 받았다는 얘기였다.
편두통은 여러가지 이유로 머리로 가는 혈관의 변화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다. 두통을 많이 호소하지만, 다른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내이(內耳)에 있는 세반고리관으로 가는 혈관이 수축할 경우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뇌 중심부에 있는 뇌간으로 가는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하면 어지럼증, 의식소실 등의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일시적인 혈관 변화가 뇌의 어느 부위에 나타나는가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어지럼증 환자의 20~30%에서 편두통이 그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을 정도로 편두통과 어지럼증은 밀접하다. 편두통에 의한 어지럼증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주기적으로 재발하며, 주로 오전에 잘 발생한다. 두통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지럼증만 나타나기도 한다. 편두통 환자는 어지럼증을 담당하는 전정계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차멀미·배멀미 등을 잘하고, 멀미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편두통은 한쪽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단순한 두통은 아니다. 편두통 환자의 반 이상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드물게는 일시적인 의식소실까지 동반한다. 어지럼증으로 찾아온 환자에게 편두통이라는 진단을 내리면 의아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편두통과 어지럼증은 사촌보다 더 가까운 형제인 것이다. 오희종 신경과원장(ohhj@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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