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요즘은 내가 어느 부서 소속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이런 심정인데 민원인들은 오죽하겠느냐" … 대구중부지사 한 관계자의 이 말은 공단의 건강보험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극한 노사대립에 빠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출범한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아직까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 치의 양보없이 무리한 강제진입으로 중징계 릴레이를 일삼고 있는 공단측과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끝까지 맞서고 있는 노조측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할 말을 잃은 상태다.
현재 대구지역 6개 지사와 경북지역 23개 지사는 민원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일용직 근무요원 103명(대구 25. 경북 78)을 투입하여 사태수습에 나섰으나 국민들의 불편은 여전하기만 하다. 가입자인 주부 박모(35. 수성구 수성4가)씨는 "고지서 한장 발급받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며 "우리가 내는 돈으로 월급받는 사람들이 이래도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부지사에 보험증을 발급받으러 온 이금녀(65) 할머니는 "전화 통화가 안돼"라며 불편한 발걸음을 했다.
이러한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다. 두달여간 노조원의 미복귀로 공단내부에 심각한 균열이 생겨 건강상담 등의 민원상담 업무와 병·의원 급여 등에 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
이러한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 상실과 대화의 부재에 있다. 전국사회보험노조 대구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협상장에 이사장이 나온 적이 없었다"며 "한번이라도 이사장 자신이 대화에 응했다면 이러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단측이 각 지역본부 및 지사에 내려보낸 '조직정상화를 위한 간부의 역할 지시'라는 공문으로 파업노조원을 회유, 업무 복귀를 종용하고 면담일지를 작성토록 했다며 노조측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공단측 관계자는 "다수의 선량한 노조원이 업무에 신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조치"라며 "더이상의 다른 목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박이사장을 위시한 공단 임원들은 사태해결책을 제시해 하루빨리 업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단 노조의 이사장 폭행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노조원 복귀가 선행돼야 협상에 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셈. 반면 노조측은 "일단 이사장이 협상에 응하면 복귀하겠다"며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모습으로 맞서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보험공단이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목전에 있는 이익만을 앞세운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대화 재개만이 사태의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인식하에 대화의 장에 적극 나서는 공단측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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