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정태화 단장 회견 파문

정태화(鄭泰和) 북한 대표단 단장은 24일 밤 북일 국교 정상화 교섭 10차 본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 회견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침략, 강점', '문화재 약탈은 조선 민족 말살 정책의 증거', 재일 동포 '민족 교육의 유린' 등의 초강경 어휘를 동원, 일본이 과거 청산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설명했다.

회견장을 메운 50여명의 기자들이 질문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약 35분간 내리 이어진 그의 '모두 발언'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거침이 없었다.

그는 회견 도중 '당신네들'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써가며 문화재 약탈 ,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과 멸시, 조선인 강제 연행 사실 등을 열거함으로써 과거는 외면한 채 일본인 납치 의혹, 미사일 문제 등에 집착하고 있는 일본의 협상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정 단장은 우선 일본이 과거 식민지 통치 피해에 대한 보상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재산 청구권 방식에 대해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강점과 식민 통치를 합법화하는 부당한 요구"라고 통박했다. "남의 나라를 침략한 가해자가 무엇을 요구할 권리는 없으며, 있다면 그 권리는 우리에게 있다. 일본은 보상 의무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청산 문제로 시작된 그의 발언은 문화재 약탈 문제로 이어지자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일본은 전부 정당한 경로를 통해 문화재를 가져 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역대 조선 총독들이 조선 민족 말살 정책 차원에서 앞장 서 문화재를 약탈하지않았더냐. 조선 왕궁을 통째로 일본에 옮겨 가고 (약탈한 문화재로) 자기 고향에 박물관을 지은 사실 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북한 대표단장의 이같은 웅변조 발언에 그의 회견을 지켜보고 있던 일본 외무성관계자들의 표정은 일순간 굳어져 보였다.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일본 기자들 역시 예상치 못한 웅변에 허를 찔린 듯한 모습이었다. 한 일본 기자는 계산된 정치적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는 회견 말미에 "일본인들은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홋카이도 철로에 놓여 있는 침목 하나 하나가 강제 연행됐던 조선인의 주검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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