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리아 아메리카코리아 열려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에 사는 한국인 캐롤 김(39)씨는 동양인이 드문 그 지역에서 언제나 눈에 띄는 존재로 살아왔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만 했던 그녀는 1년여 동안 자신의 지인들을 초대, 머리카락을 자르는 헤어컷 시리즈 작품(비디오)들을 만들었다.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과 후, 자르는 과정 중 자신의 정체성 차이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25일부터 11월26일까지 석달간 경주 아트선재미술관(054-745-7075)에서 열리는 '코리아아메리카코리아(KOREAMERICAKOREA)전'은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 작가들이 다양하면서도 정체성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던 삶의 경험을 표현한 회화, 사진, 조각, 영화, 설치작품 등 다채로운 방식의 작품들로 이뤄진다.

뉴욕에서 활동중인 조각가 서도호씨는 11m 길이의 작품 '다리'를 선보인다. 전시장과 전시장을 연결하도록 설치된 이 작품은 서로간의 경계를 허무는 연계성,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역시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는 바이런 김씨는 시인 윤동주의 '서시'를 읽고 감동을 느껴 저항시인의 투옥생활을 상징하는 설치 작품을 제작, 경의를 나타냈다.

신경미씨는 1997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앞에서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요'(Knocking on Heaven줁s Door)'를 연주했던, 60년대 저항의 기수 밥 딜런의 사진이 반복되는 벽지 작업을 선보인다. 하나의 사회적 사건이었던 이 모습의 반복을 통해 처음에는 상당한 의미를 지녔다가 점점 의미가 축소되면서 작고 고착된 형태로 변하는 아이러니를 체험케 한다. 강익중씨는 작고한 쿵후 영화스타 이소룡의 '용쟁호투'를 차용한 작품,'천국으로 들어가기(Enter the Heaven Ⅱ)'에서 아시아로 상징되는 이소룡을 통해 서구문화가 주류로 자리잡은 현실에 대해 저항하는 몸짓을 보여준다.

이들 외에도 권소원, 김수진, 마이클 주, 민연희, 이아라 리, 차학경씨 등이 참여, 개성 강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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