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행정 투명성과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주민감사청구제가 까다로운 청구 요건과 절차때문에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지방자치법을 개정, 지난 4월부터 주민들이 지자체의 위법 또는 공익에 반하는 행정에 대해 상급기관에 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 주민감사청구제를 실시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는 광역 자치단체가, 광역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감사한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는 최소 감사청구 인원 기준이 지나치게 높고 서명도 읍.면.동 단위별로 따로 받아야 해 주민들의 행정 참여와 감시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의 경우 20세 이상 주민 총 수의 2%안에서 청구인 수를 정하도록 한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난 4월 조례를 제정, 감사청구 주민 수를 1/1000인 1757명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준은 대구보다 인구가 더 많은 서울(2천명), 부산(1천명)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강화된 것이다.
실제로 대구경실련, 대구참여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5월 지하철 2호선 공사 사고와 관련, '붕괴사고 현장의 굴착 및 잔토처리 비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며 전국에서 처음으로 건설교통부에 주민감사를 청구했으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아직 감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감사 청구 이후 6개월 안에 기준 청구인 수를 모으지 못하면 청구 자체가 무효화돼 시민단체들은 서명인 수 늘리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에서도 제도 시행 5개월이 다 되도록 주민감사 청구가 받아들여진 사례는 도시계획세 부과지역 선정 등과 관련해 청구한 전북 익산, 경남 김해 등 2건뿐인 것으로 행정자치부는 파악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주민감사청구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선 기준 청구인수를 현실적으로 대폭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경실련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기준을 이처럼 높게 책정, 제도가 시행 초기부터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며 "다음달부터 조례 개정운동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법이 각 기초자치단체별로 서명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대구시의 경우 읍.면.동이 138개에 이르러 시민단체나 개인이 감사청구를 위해 거리서명을 받으려면 138장의 읍.면.동별 서명지를 모두 들고 다녀야해 시민들의 서명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대구시.시의회 관계자들은 최소 청구인원을 높게 잡은 것은 무분별한 감사청구를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서명을 읍.면.동별로 받도록 한 것은 추후 서명 확인작업에 드는 행정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대구시 한 관계자는 "기준 청구인 수를 낮출 경우 감사 청구가 쉬워져 상급기관의 감사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안그래도 감사원, 국회, 행자부 등의 감사가 연중 내내 실시되는 판에 어느 단체가 더 감사받기를 원하겠느냐"고 말했다.
李尙憲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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