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매일신문사로 매우 흥분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 왔다. 경산 진량에 산다는 박연호(62)씨. 원망도 아니고 패악도 아니었다. 애원. "우리 손자 약 좀 구해 주세요!"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찾아 이틀동안 이 약국 저 약국을 돌아다녔지만 구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박씨가 '일'을 만난 건 지난 21일. 천식을 앓는 손자 주영이(5)에게 갑자기 기침이 심해져 대구시내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소아과 전문의로부터 처방전도 받았다. 필요한 약은 화이자 제약의 '지트로멕스' 건조 시럽. 그러나 약을 구할 수 없었다.
칭얼대는 손자의 손을 잡고 대구시내 약국을 전전, 종합병원 근처 대형약국은 물론 심지어 하양까지 가 보기도 했다. 약을 먹지 못하니 주영이의 증세는 다음날 아침 더 심해졌다.
다급해진 할아버지는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보건소라면 약을 구해주리라 믿었던 것.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의사에게 가서 다른 처방전을 받으세요" 그 뿐만도 아니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항의하세요"
약을 처방한 박용훈 소아과 전문의는 "부작용이 없는 항생제를 택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며, "병원에서 쓰는 약 목록을 전부 약국에 제공했는데도 약을 갖추지 않았다니 답답하다"고만 했다.
이용진(79.달성군 논공읍) 할아버지는 약이 떨어진 중풍 아내를 데리고 의약분업 시행 후 처음으로 24일 병원에 갔다. 담당의사는 "우울증 치료제인 '레마론'은 정신과에서 따로 처방 받아야 한다"며 또한번의 접수-진료-처방 절차를 밟으라고 했다. "3년이나 계속 치료받는 환자인데 다른 방법이 없겠느냐"고 항의도 해보고 사정도 해 봤으나 허사.
결국 몸이 무거운 할머니는 약 하나 더 받기 위해 또다시 정신과 진료 절차를 밟아야 했다. 2개의 처방전을 받았으니 처방료도 2배로 내는 건 당연한 일. 약국 조제료가 2배로 나왔다. 할아버지는 가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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