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주민감사청구제'는 '청구불가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투명성과 주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올해부터 주민감사청구제를 도입했으나 대구시는 이에 대한 청구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 시민의 참여를 사실상 봉쇄해 놓고 있다.

정부는 지방자치법을 개정, 지난 4월부터 주민들이 '지자체의 위법 또는 공익에 반하는 행정'에 대해 감사를 청구할 경우 기초자치단체는 광역 자치단체가, 광역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감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조례를 제정, 감사청구 주민 기준을 20세 이상 175만7천명의 1,000분의1인 1천757명으로 정했지만 이는 부산의 1천명보다 훨씬 높은 청구기준이며 대구보다 인구가 4배 이상 많은 서울의 2천명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요건을 강화, 사실상 '감사청구 불가제'가 돼버린 꼴이다.

또 지방자치법도 청구 서명받을때 읍.면.동 단위별로 서명용지를 따로 받도록 규정해놓아 법과 조례 모두 주민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다.

더욱이 감사 청구 이후 6개월 안에 기준 청구인 수를 모으지 못하면 청구 자체가 무효로 돌아가도록 해놓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경실련, 대구참여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5월 지하철 2호선 공사 사고와 관련, '붕괴사고 현장의 굴착 및 잔토처리 비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며 전국에서 처음으로 건설교통부에 주민감사를 청구했으나 해당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아직 감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구에서는 아직까지 감사청구가 단 한건도 없으며 전국에서도 제도 시행 5개월이 다 되도록 주민감사 청구가 받아들여진 사례는 전북 익산, 경남 김해 등 2건뿐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주민감사청구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기준 청구인수를 현실적으로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경실련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청구인 수를 그처럼 높게 책정한 것은 사실상 상급단체의 감사를 회피하려는 속셈"이라며 "다음달부터 조례 개정운동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한 관계자는 "최소 청구인원을 높게 잡은 것은 무분별한 감사청구를 막기 위해서"라면서도 "안그래도 감사원, 국회, 행자부 등의 감사가 잦은 판에 사실 어느 단체가 더 감사받기를 원하겠느냐"고 말했다.

李尙憲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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