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대 매매춘 현장을 가다

'영계장사'는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청소년 성보호법이 발효되고 10대매춘을 막자는 사회적 캠페인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단지 방식만 바뀌었을 뿐, 예전에 비해 훨씬 교묘해지고 비밀스레 자행되는 10대 매춘의 현장을 찾아봤다.

□티켓다방

성주, 왜관, 달성 등 대구 인근의 다방 상당수가 10대들을 고용해 몰래 티켓영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말 10대 매춘과의 전쟁이 시작된 후 술집, 윤락가 등에서 일하던 10대들이 단속을 피해 대거 이곳으로 옮겨왔기 때문. 달성군 옥포면의 한 업주는 "이젠 손님들이 커피를 시키면서도 '영계'를 찾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이들을 고 용한다"면서 "이들에게 150만원 이상의 월급을 주려면 티켓영업을 하지 않을수 없다"고 털어놨다. 성주읍의 한 다방은 입구에 '19세미만 고용금지'라는 팻말을 붙여놓고도 10대 3,4명을 고용해놓고 몰래 티켓영업을 하 고 있었다.

이 때문에 다방업주들은 경쟁적으로 나이어린 종업원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업주는 "10대들은 공개적으로 구하기 어려워 전문업자를 통해 300-500만원 정도의 빚을 안고 있는 아이들을 주로 데려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10대들은 선배들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거나 부모동의서를 조작하는 등 법적 형식을 갖추어 놓기 때문에 단속도 쉽지않다는게 경찰관계자들의 얘기.

대구시내 다방들은 티켓영업을 거의 않지만, 미성년자 고용으로 인한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달서구 이곡동에서 16세 다방종업원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성폭행하려던 3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고, 지 난 23일 면허없이 오토바이 사고를 낸 17세 다방종업원은 합의금 500만원이 없어 경남 밀양의 티켓다방으로 팔 려갔다는 것.

□보도방.유흥업소

여자들을 유흥업소에 공급하는 보도방도 10대들로 넘쳐나고 있다. 한 보도방 업주는 "40여명중 10대가 절반가까이 된다"면서 "10대들은 기동성이 뛰어나 하루밤에도 몇군데를 뛸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들 10대는 보도방에 등록(?)되지 않고 '점조직'처럼 비밀스레 움직이는게 특징. 3-5명이 조를 이뤄 일상생활을 하다 업주나 보도방의 연락을 받은 조장이 이들에게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고 매춘에 나서는게 보통. 한 업주는 "대구에만 보도방에 소속된 10대들이 수백명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서구, 서구 등 일부 레스토랑, 단란주점, 노래방의 경우 언제든 호출만 하면 불러올 수 있는 10대 '프리랜서'들을 몇명씩 확보하고 있는 곳이 꽤 있다. 달서구의 한 업주는 "단속때문에 10대들을 처음 오는 손님 에게는 동석을 시키지 않고, 단골이거나 믿을 만한 손님에게만 넣어주고 있다"고 했다.

이모(17.ㄱ여고 2년)양은 "친구를 따라 술집에 놀러갔다가 돈을 빌려쓰는 바람에 '사람이 모자란다'는 업주의 간청에 못이겨 손님과 동석하게 됐다"면서 "한달에 200만원 이상 벌지만 고급 옷과 화장품을 구입하다 보 니 몇달만에 빚이 생겼다"고 했다.

□원조교제

이모(17.모여상 2년)양은 지난달 남자친구들과 동해안으로 놀러갈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원조교제를 감행했다. 그는 "게임방에서 '돈이 필요하다'는 메일을 남자들에게 보내면 몇명에 한명꼴로 꼭 답장이 와 수월하게 상대를 구할 수 있다"면서 "여름방학때 유흥비를 구하기 위해 원조교제를 한 친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금 이양은 바캉스를 다녀온 후 가출, 원조교제를 계속하면서 게임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박모(16.고1)양은 지난 6월 용돈을 벌려다 전화방을 통해 만난 30대 남자에게 승용차안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박양은 경찰을 사칭하는 그남자의 협박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고 있다. 박양은 "친구들 사이에 다른 사람 은 다 하는데 혼자만 안하면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라면서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반에 20-50%는 원조 교제를 했거나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모(19)양은 "20대 남자가 올초 학교로 찾아와 원조교제를 하고 만나주지 않는다며 한 학생을 끌고 간 적도 있다"면서 "요즘은 중3, 고1 여학생들의 인기가 높고 13-14세도 원조교제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 의견

수요가 있으면 반드시 공급이 있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을 찾는 남자들이 끊이지 않는 한 영계장사는 계속 번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청소년 상담실 신지숙 실장은 "원조교제를 해본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성문화가 바로 서 있었으면 자신들과 같은 희생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향략퇴폐문화를 탓했다.

청소년 폭력예방대 김건찬 국장은 "청소년들을 유해환경에서 보호하고 탈선을 막기 위해선 어른들이 건전한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청소년이 출입할 수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을 구분해주고, 청소년을 위한 인터넷방송국 신설, 문화공간 확충 등 바람직한 여가활동과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시 서구 내당동 모주점에서 일하는 최모(18)양은 오늘도 지옥같은 하루를 보냈다. 주인의 매서운 눈초리에 떠밀려 또다시 30대 남자와 외박을 나갔다.

화대 20만원을 받았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은 5만원뿐. 그 돈으로 언제 400만원의 빚을 다 갚을 수 있을 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젠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도 다니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 2년전 중학교 졸업후 한번 발을 잘못 디딘 결과가 이럴줄 몰랐어요"

지난해말 전 국민의 관심속에 시작된 10대 매춘과의 전쟁. 그로부터 9개월여, 과연 10대 매춘은 사라졌을까.

매일신문사 사회부가 일주일동안 대구와 인근지역을 취재한 결과, '영계 장사'는 여전히 성업중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다만 예전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것과는 달리, 티켓다방, 보도방 등에서 몰래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는 차이뿐이었다.

달성군 논공읍의 한 티켓다방에는 종업원 10여명중 7, 8명이 10대다. 이모(18)양은 "요즘 15, 16세된 아이들에게 밀려 벌써 퇴물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업주에게 10대는 싸게 수월하게 부릴 수 있어 20대보다 훨씬 나은 '대접'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낮에 쉬거나 차배달을 하면서 단속의 눈길을 피하다 밤이 되면 본격적인 매춘에 나선다. 시간 당 2만원을 받고 노래방이나 가요주점으로 출장을 갔다 손님과 흥정을 벌여 2차를 나가는게 보통.

성주, 왜관, 달성 등 대구인근의 다방들의 경우 부모동의서만 있으면 10대 종업원을 고용할 수 있다는 법의 맹점을 이용, 이들에게 티켓영업을 시키고 매춘을 강요하는 곳이 상당수다.

성주읍의 한 다방주인은 "얼마전 업자들이 모여 '10대 고용금지'라는 자정노력도 했지만, 손님들이 자꾸 '영계'만 찾아 또다시 경쟁적으로 10대를 구하고 있다"면서 "주말이면 대구에서 10대를 찾아 '원정'을 오는 손님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유흥업소에 여자들을 공급하는 보도방도 10대 매춘의 온상. 대구에만 30개 안팎의 보도방이 있는데 소속 구성원중 절반 가까이가 10대들이다.

이들은 보통 3~5명이 조를 이뤄 나이트클럽 등에 있다가 보도방의 호출을 받은 조장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보도방의 업주는 "단속때문에 단골업소나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손님에게만 은밀하게 10대를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원조교제는 지난 7월 청소년 성보호법 시행으로 처벌이 강화됐는데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에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두차례 원조교제를 했다는 이모(17.달서구 상인동)양은 " 게임방에서 남자들과 채팅을 하다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만나자는 사람이 많아 손쉽게 상대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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